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잠자던 뉴욕증시를 깨운 뒤 태평양 건너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일으켰다.

17일 국내 증시는 업종이나 종목을 가리지 않고 오름세를 탔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8일 이후 7거래일만에 590선을 회복하며 마감했다.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23.99포인트, 4.19% 급등한 596.39로 거래를 마쳤다.

오후 들어 외국인 매수 공세를 받은 선물이 962억원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상승폭을 넓히며 전고점인 596.50 돌파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국내 경제지표도 이날 강세를 거들었다. 4월 어음부도율이 0.28%로 전달 0.34%에 비해 0.06%포인트 하락했고 부도업체도 453개로 지난 91년 6월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수도 84만8,000명, 3.8%로 호전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CSFB는 전날 ''한국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가 이미 지난 1/4분기 경기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발 빨리 경기 바닥론을 확산했다.

그러나 대다수 증시 관계자들은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강세장 전환에 대해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경기 회복을 알리는 실질적인 시그널이 시장에 확신을 심어 주기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 구조를 고려할 경우 미국 시장의 IT 부문 침체로 수출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경기 회복은 그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KGI증권 김도형 연구원은 "연준리의 금리인하 이후 시장의 관심은 경기회복의 가시화 여부로 옮겨졌다"며 "앞으로 발표될 경제 지표의 호전 여부에 연동되며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분간 580~600선 매물대 돌파 시도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수 부문의 경우 소비심리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기업경기실사지수도 회복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수출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국내 경기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IT 제품의 경우 주요 수요처인 미국의 경기 회복이 선행되지 않고 있어 수출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도 "경기지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기대감 외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뚜렷한 신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외국인의 매수가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신경제연구소 성진경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가시적 신호"라며 "외국인 매수세의 급격한 감소, 정체된 고객 예탁금, 엔화 약세 등도 국내 증시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4월 랠리가 본격화된 지난달 11일부터 지수 상승세가 이어진 이달 7일까지 모두 1조7,02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이후 최근 8거래일 동안에는 매수와 매도를 오락가락하며 444억원 매수 우위에 그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던 미국 뮤추얼 펀드 자금이 계속해서 한국을 떠나 유럽과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 여력이 줄어들 경우 대형주에 대한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추가 상승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지수가 추세 상승하거나 매물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모멘텀 형성과 매수 주체의 부각, 주도주 부각이 선결돼야 한다"며 "그러나 단기간내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따라서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와 함께 이달 말까지 발표될 2/4분기 미 기업 실적 예상치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요일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에 한껏 달아올랐다. 판단의 근거는 4월 소비자 물가였다.

4월 소비자 물가가 0.3% 상승에 그쳤다는 소식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며 FRB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주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8개월여만에 1만1,000선을 회복했고 나스닥도 3.88% 오르며 사흘만에 2,100선에 올라섰다. 그동안 관망세 속에 한산하던 거래량도 뉴욕증권거래소가 15억7,700만주, 나스닥시장이 20억6,700만주를 기록하며 예전 수준을 되찾았다.

17일 발표될 미 경제지표는 주간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수, 4월중 경기선행지수 및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경기동향 지수 등이다. 또한 이날 장 마감 후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델컴퓨터가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튿날인 18일에는 3월중 무역수지, 24일엔 신규주택판매, 1/4분기 GDP 잠정치, 4월중 기존주택판매 등이 발표된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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