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저PER주" 바람이 거세다.

PER(주가수익비율)는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현재와 같이 경기회복이 느려 종합주가지수가 "게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재가치가 뛰어난 저PER주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는게 증시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요즘처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힘을 쓰지 못하는 개별종목 장세에서는 저PER주가 실력을 발휘할 찬스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지난 92년 국내 증시개방과 함께 불어닥쳤던 저PER주 돌풍을 떠올리고 있다.

최근의 증시 주변 상황이 여러 모로 그때와 "닮은 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PER주 돌풍=지난 92년 국내 증시가 개방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은 당시 장기 소외됐던 저PER주를 집중 매수하는 전략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당시 국내 투자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중소형 우량주를 대거 사들여 주가를 단기간에 4∼5배까지 올려놨다.

우수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성장산업에 속해있지 않고 유동성이 제한돼 있어 소외돼있던 종목들이 빛을 냈다.

당시 바람을 일으켰던 종목이 태광산업 고려화학(현 금강고려화학) 백양(현 BYC) 롯데제과 등 PER가 낮은 중소형주들이었다.

태광산업의 경우 무려 77만원대까지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장세가 지난 92년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경기회복이 느리다는 점이 유사하다.

92년에도 경기가 하강국면이었고 93년에 저점을 형성했었다.

외국인이 중소형 우량주를 찾아나섰다는 점도 비슷하다.

유동물량이 제한돼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소외된 종목을 골랐다는 점도 같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현재의 증시 상황이 중소형 저PER주가 바람을 일으켰던 지난 92년 때와 유사한 면이 많다"면서 "저평가된 종목 위주의 차별화된 실적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떤 종목이 있나=한섬 풍산 한국포리올 동양제과 오뚜기 이수화학 삼양사 한미약품 등이 대표적인 저PER주다.

이들 종목은 모두 PER가 5배 미만으로 저평가됐으면서도 대부분 실적이 개선됐거나 좋아질 전망이어서 최근 주가에 상승탄력이 붙었다.

''큰손''의 ''손때''가 비교적 덜묻었다는 매력 때문에 외국인의 눈길을 붙들어놓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 최근 주가 흐름이 좋은 태평양 삼천리 롯데제과 롯데칠성 농심 한국전기초자 금강고려화학 신도리코 등이 모두 그동안 시장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내재가치가 뛰어난 중소형 우량주다.

이들중 상당수 종목은 업종내에서 지배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망=증시전문가들은 저PER주의 매력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온기선 이사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중소형 우량주에 손을 대고 있다는 대목이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면서 "대형 블루칩보다는 이들 종목이 훨씬 저평가돼있고 재무리스크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경기불황 국면의 막바지에 접어들면 업종내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우량 중소형주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관과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SK증권 박용선 부장은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을 강력하게 뚫지 못하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한 PER가 낮은 내수 우량주에 매기가 꾸준히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