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외자공급 기대감에 하락분위기에 몰리면서 닷새만에 1,200원대에 착륙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말에 비해 소폭 올랐으나 122엔대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달러/원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30원 낮은 1,297.40원에 거래를 마쳐 이틀 내리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시장을 움직일 만한 재료들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 등 공급우위 심리가 팽배, 달러매도(숏)쪽에 무게를 둔 거래가 주를 이뤘다.

시장분위기는 미국의 15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보자며 완연한 관망세다. 올라가기는 힘들고 아래쪽으로 흘러내릴 가능성이 더 큰 장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위쪽 돌파가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저점이 계속 낮아지다보니 달러매수(롱)플레이가 막혔다"며 "내일도 오늘과 같은 관망세를 보여 아래는 1,293∼1,294원에서 위로는 1,304∼1,305원 가량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FDI자금 기대감도 있지만 역외세력이 위쪽 모멘텀이 꺾이니까 차익실현 물량을 털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며 "시장수급을 파악하기 어려워 내일도 1,300원대에서는 팔고 1,295원대에서는 매수에 나서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 아래쪽으로 향해 있는 분위기 = 이날 외환시장에서 수급은 결제수요나 네고물량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그러나 FDI자금에 대한 유입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면서 공급우위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지속시켰다.

거래자들은 AIG의 현대투신 인수, NTT도코모의 SK텔레콤 지분 인수, 하이닉스반도체 및 한국통신의 주식예탁증서(DR)발행, 필립스의 LG전자 CRT사업 인수, GM의 대우차 인수 등 큼지막한 FDI를 하락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아직 뚜렷하게 가시화돼 유입날짜가 확인된 것은 없다.

역외쪽에서 NDF 정산관련 물량도 일부 털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장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성격인지 파악은 어려우나 헤지분 중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을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엔이 오름세를 보일 때마다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날 거래에서도 드러났다.

달러/원이 하락폭이 커지자 엔/원이 1,060원 밑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이 떠올랐다. 달러/엔이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122.80엔대를 뚫고 123엔으로 진입할 경우 분위기가 다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작용, 거래자들은 달러매도(숏)플레이에 신중하게 접근했다.

일시적으로 원/엔 환율이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달러/엔도 지난 주말보다 소폭 올라서 122.50∼122.70엔대에서 흘렀다. 달러/엔이 지난주 말보다 올라섰음에도 달러/원은 하락해 두 통화간 고리가 많이 약해졌다.

업체들의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반면 역외세력이 섞인 은행간 거래가 시장을 지배했으며 실수관련 수급은 두드러지지 않아 수급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4.30원 높은 1,305원에 출발, 다음 거래에서 바로 1,300원에 체결되며 내림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동안 1,298원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달러공급우위에 따른 시장거래자들의 기대감을 반영, 아래쪽으로 향했으며 오전장 막판 롱처분 물량이 일부 나와 저점을 1,295.50원까지 낮춘 끝에 1,295.7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보다 0.10원 높은 1295.80원에 오후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달러/엔이 122.70엔대로 오름세를 보이자 이를 따라 1,299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추가상승이 막히면서 다시 1,295.80원까지 되밀리기도 했으나 대체로 거래는 1,296∼1,297원대에서 이뤄졌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305원, 저점은 1,295.50원으로 하루 등락폭이 9.50원에 달했으나 실제 거래는 대체로 1,296∼1,298원의 좁은 범위에 갇혔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5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으나 코스닥시장에서 230억원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가 적어 환율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5,7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1,8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9억5,340만달러, 4억3,000만달러가 거래됐다. 내일 기준환율은 1,297.4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