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오는 14일부터 3천여개 기업의 외환리스크 관리시스템 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10일 "최근 원화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외환거래 규모가 큰 제조업체와 외화 부채가 많은 공기업,중소 벤처기업들의 환차손이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은행들이 신용평가시 기업들의 외환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 및 활용 여부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 지를 집중 점검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다음주부터 22개 은행들로부터 여신규모 30억원이상 거래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자료를 넘겨받아 심사를 벌일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초부터 은행들로 하여금 거래 기업의 외환리스크 관리시스템에 대한 평가결과를 신용등급과 여신금리에 엄격히 반영토록 지시했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이날 발표한 ''국내기업 및 금융기관 환위험 관리시스템의 현황과 선진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세미나 자료를 통해 작년 한햇동안 국내 4백97개 상장사들이 외환위험 관리를 제대로 못해 약 4조원(1개사당 평균 79억6천만원)의 환차손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9년(1조7천9백54억원)에 비해 2백20%(2조1천6백25억원) 증가한 수치다.

기업별로는 대한항공이 2백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이보다 13배나 많은 2천8백억원의 외화관련 손실을 입어 총 4천6백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 해외 거래가 많은 전자, 항공, 해운, 유화업종 등 32개 기업이 총 환손실의 30%에 해당하는 1조2천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

강호상 서강대 교수는 "외환위기 전 1∼2원에 불과하던 원.달러 환율의 하루평균 변동폭이 최근 11∼12원까지 확대되고 있어 기업들의 환차손 대비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강병호 금감원 부원장은 "외환자율화 이후 환율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데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외환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조차 갖추지 못해 환리스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작년 11월 3백50개 대기업과 2천4백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 68%, 중소기업 25%만이 외환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차백인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외환리스크 전문인력 양성 및 조직 신설.확대 △선물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환위험 관리수단 제공 △기업 및 금융회사의 회계기준.공시제도 보완 등 정부의 지원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