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조정에서 지수조정으로." 증시가 이러한 변곡점을 통과했다.

전날 종합지수가 600선을 앞에 두고 갈짓자를 그리자 ''기간조정론''이 나섰다. 기간조정은 지수가 상승곡선을 그은 뒤 그리 크지 않은 폭 하락할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상승추세 안에서 박스권 아래 쪽을 향한 것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다시 우상향하리라는 예상을 전제로 한다.

즉, 추가상승을 위해서 매물을 소화하며 잠시 열기를 식히고 시장에너지를 보충하는 휴지기를 가리킨다.

그러나 9일 지수가 12포인트 이상 빠지자 기간조정이 아니라 지수조정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주가 하락이 미국 경제지표 악화에서 비롯됐으며 낙폭이 컸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8일까지는 기간조정의 양상이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9일부터는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지수조정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주가가 당분간 620선을 고점으로 박스권에 갇히는 양상이 예상된다"며 "이는 사실상 지난 4월 초부터의 랠리가 추세적 상승이 아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국내 증시의 유동성 보강의 조짐이 없어 신규 매수세가 확충될 때까지는 횡보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이틀째 하락 = 수요일 증시는 종합지수가 580선 아래로, 코스닥지수는 사흘만에 80선에서 물러났다.

미국 장기호황의 원동력으로 여겨져온 노동생산성이 6년만에 하락했다는 소식에 지난달 이후 상승세를 불어넣었던 경기회복 기대감이 크게 흔들렸다.

게다가 미국의 노동비용이 3년래 최고치로 드러나면서 물가 부담으로 인해 오는 15일 미국 금리인하 폭이 기대에 못미칠지 모른다는 관측도 대두됐다.

이런 상황에서 나스닥선물이 20포인트 이상의 내림폭을 기록하자 거래소에서 개인과 기관이 모두 순매도를 기록하고 외국인은 지수선물시장에서 매도공세를 펴 시장분위기는 더욱 냉각됐다.

지수선물이 옵션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약세를 보인데 따라 1,100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삼성전자 등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805억원 순매수하며 이날 지수급락에 그나마 제동을 걸었다. 기관과 개인의 관망세속에 외국인 매수세에만 의존하는 최근 장세의 문제점이 다시 나타났다.

종합주가지수는 578.84로 전날보다 12.07포인트, 2.04% 내렸고 코스닥지수는 2.68포인트, 3.26% 내려 79.59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소 거래량은 5억주를 넘었으나 하이닉스, 대우, 대우중공업 등 세 종목이 2억6,000여만주를 차지했다. 거래대금은 2조원을 조금 넘겨 전날보다 줄었다. 코스닥시장 거래는 4억4,412만주, 2조9,550억원으로 전날에 크게 못 미쳤다.

◆ 미국의 딜레마 속에 맞는 옵션 만기일 = 미국 노동생산성은 지난 1/4분기 0.1%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1.1% 상승하리라는 예상이 뒤집힌 데다 6년만의 저하라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우려감을 표시할 정도로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

우선 고용지표가 극히 악화된 상황에서 이같은 지표가 나오자 경기저점은 아직 멀었다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와 관련,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회복의 단초가 없어 미 경제가 오는 3/4분기까지 제로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후퇴가 가까웠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임팀장은 "경기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이라 금리인하가 주가에 미치는 효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노동비용이 당초 예상치 4.5%보다 높은 5.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7년 4/4분기 5.5% 상승 이래 최고치다. 물가 부담으로 인해 다음주 금리인하 폭이 예상보다 좁을 수 있다고 지적됐다.

옵션 만기일 부담은 물량 상으로는 지난달보다 크다. 수요일 출회된 프로그램 물량이 대부분 비차익거래였기 때문에 10일 청산될 수 있는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3,200여억원으로 만만치 않다고 증시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수요일 뉴욕증시에서는 종목별로는 전날 장 종료후 실적만 발표하고 향후 전망은 함구한 시스코 시스템즈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분기 이익 및 매출전망치를 다시 하향조정하고 대대적인 감원계획을 내놓은 내셔널 세미컨덕터도 관심주. 이들 두 종목의 등락에 네트워크,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 전체가 동조할 전망이다.

향후 장의 추세는 오는 15일 미국의 금리인하를 거쳐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아직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남아있다"며 "오는 15일 미 금리인하 및 그때까지의 주요 경제지표를 지켜본 뒤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구원은 "지수가 600선을 단기고점으로 해 580선을 중심으로 등락할 전망"이라며 "지수조정에 들어설 경우 550선을 저점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조용찬연구원은 "600선 돌파를 향한 시세분출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고 있으며 여기에 금리및 환율이 안정상태라 지수 반등 여력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