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외화채권 인수업무는 자칫 국내 자금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금융계는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서 외화채권을 발행, 외자를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은 신용등급 BBB+등급 이상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채조차 발행하기 어려운 BB급이하 기업은 산업은행의 외화채권 인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바꿔말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은 외화자금뿐만 아니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원화자금까지 조달할 수 있는데 반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이같은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이번 외화채권 인수업무는 자금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외화채권 발행도 원화채권과 마찬가지로 담보없이 신용으로 이뤄지는 만큼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통한 외화채권 발행이 기업입장에서 진정한 외자조달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산은이 보유한 외화자금이 단순히 국내 기업으로 자리만 옮겨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