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 첫 거래일 증시는 뉴욕에서 불어온 순풍을 달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전거래일인 지난달 30일 20포인트 이상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한 뒤라 숨고르기가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스닥지수가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가자 크게 고무됐다.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이틀동안 나스닥과 다우의 상승률은 각각 6.55%, 1.93%였다

국내외 경기하락 추세가 완화되고 있으며 지수 저점을 확인했다는 인식이 퍼졌다.

2일 종합주가지수는 583.70으로 지난 월요일보다 6.34포인트, 1.09%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2.03포인트, 2.57% 오른 81.00에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 모두 지난 2월 26일 이래 두 달여 중 최고치다.

이날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강도 높은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2,125억원에 달한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을 받아내 지수관련 대형주의 강세를 도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4,700억원 이상에 달하던 주식매수 차익거래 잔고를 대거 해소함으로써 잠재 매물부담을 크게 덜었다.

이날 외국인의 거래소 순매수 규모는 6,715억원을 순매수했던 지난달 19일 이후 최대치며 올들어 4번째다. 외국인은 지난달 26일부터 연나흘째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거래소에서 각각 718억원과 2,050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지수상승폭을 줄였다.

◆ 악재는 과거지사 = 이날 증시는 호재를 띄우고 악재는 되도록 흘려버리는 최근 장세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화요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구매관리자협회(NAPM)의 제조업 지수 저조로 인해 약세에 머물렀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11년간 1조3,500억달러에 이르는 감세안 처리에 대해 의회가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는 소식에 상승세를 점화했다.

NAPM 제조업 지수는 43.2로 발표돼 3월의 43.1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9개월 연속 침체를 의미하는 50 미만을 기록했다. NAPM 지수는 44.0으로 예상돼왔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의 4월 판매량이 14∼18% 감소, 소비활동 둔화를 가리켰다.

국내증시도 같은 양상이었다. 전날 나온 수출 두 달 연속 감소는 거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4월중 수출은 122억6,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줄었다고 밝혔다. 수출은 지난 3월 23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데 이어 두달째 줄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비춰볼 때, 추후 발표되는 경기지표는 어지간한 악재가 아니고서는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모든 재료에는 반영되는 시점이 있다"며 "기업실적이나 경기지표의 충격이 상당부분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수요일과 목요일 뉴욕증시는 이렇다할 지표나 실적발표 없이 장세관이 맞서면서 방향을 잡아갈 전망이다.

금요일에 나오는 미국의 실업률도 장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반사되고 전월의 4.3%보다 낮을 경우 경기회복 조짐으로 풀이될 터이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4.4%수준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 수준에서 급락하지 않는 한 애초 애상과 달리 시장에 그리 큰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정 거쳐도 대세는 상승? = 나스닥 지수가 2,200선에 근접하면서 추가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뜸해졌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나스닥 2,200선이 강한 저항선 역할을 하겠지만 짧은 조정을 거쳐 저항선을 지나 추세적 랠리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황 팀장은 "향후 경제지표가 나오더라도 뉴욕 및 국내 주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며 "늦어도 5월 중순 전후 조정권을 벗어나고 국내경기는 3/4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나스닥지수가 올해 저점인 1,600대에서 최근 34% 이상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많다.

또 감원으로 인한 실업 증가가 소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확신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교보의 임송학 팀장은 "나스닥지수의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을 갖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지표는 경기둔화세의 완화를 뜻하며 경기 회복시기의 임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내 경기와 관련, 임 팀장은 미국 첨단산업의 불황으로 2/4∼3/4분기 신경제부문을 중심으로 수출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햇다.

그는 "이러한 제반 요인을 감안할 때 본격적 경기회복시기는 내년초 정도일 것"이라며 "현재를 주가회복시점으로 잡기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한 증시관계자는 주도주가 나타난다면 추가상승이 기대되나 그렇지 못하면 기간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