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은 얼마나 되는가.

금융감독 당국과 학계 일각의 주장이 서로 달라 정확한 부실채권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일반은행의 부실채권이 4조원 정도 줄어들었다고 29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말 현재 국내 일반은행의 "고정" 이하 여신인 부실채권이 27조7천억원"이라며 "지난해말 31조9천억원에서 4조2천억원 줄었다"고 강조했다.

고정분류 여신은 부도가 발생했거나 3개월이상 이자가 연체돼 은행이 구체적인 회수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대출금으로 은행의 부실 정도를 판정하는 기준이 된다.

금감원 집계를 보면 부실채권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년말 13.6%(44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6월말 12.4%(43조3천억원)로 떨어졌고 지난해말 8.9%로, 올들어 1.4분기가 끝난 3월말에는 7.6%로 줄었다.

특히 올들어 3개월만에 1.3%포인트나 내려갔다고 금감원은 강조했다.

금감원의 분석대로라면 국내 일반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상당히 개선된 셈이다.

정부가 강력 추진해온 금융회사 구조조정이 그만큼 결실을 맺어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또 "올해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5% 이하로 줄이기 위해 6월말 중간목표비율을 6%대로 설정했다"며 "일반은행들로부터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제출받아 추진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있으며 특수은행들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부실채권 정리를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 정운찬 교수 등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실제 부실채권이 이보다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 교수는 지난 27일 한국행정학회가 개최한 춘계 학술대회에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중은 10%를 넘었다"며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실패했다"고 공박했다.

정 교수는 또 "모든 은행을 클린뱅크로 만들거나 지주회사 설립으로 문제를 호도할 것이 아니라 먼저 부실은행을 정리하고 공적자금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접근방식이 아쉽다"며 정부의 금융·기업 구조조정 방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은행 부실채권에 대한 자료를 발표한 것도 다분히 정 교수의 주장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실채권은 여전히 과도하다"는 주장이 정부로서는 "그동안 구조조정한다더니 결과가 뭐냐"라고 몰아세우는 비난으로 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