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장관심을 끌었던 반도체주와 금융주가 좀처럼 승부를 내지 못하자 시장 매기가 다시 변화하고 있다.

기술주에서 구경제주로,대형 고가주에서 중저가 중소형주로의 매기가 이동하고 있다.

구경제주 중에서도 중소형 우량주의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일부 종목의 외국인 한도소진과 지분율 상승 등으로 외국인도 구경제주로 갈아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수 영향력이 큰 시가총액상위 종목보다는 중소형 개별종목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분석가들은 미국 시장이 방향성을 확실히 잡기 전까지는 당분간 이같은 매매 패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쉬고 있는 기술주·대형주=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시가총액 상위의 대형 기술주가 주춤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8%대로 사상 최고치에 달하면서 부담을 느낀 외국인들이 24일부터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도 이틀 연속 주가가 밀렸다.

외국인이 매수우위를 유지했지만 양이 미미해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한국통신은 하루 건너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징검다리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팀장은 "미국 시장이 고비를 넘겼다는 확신을 외국인들이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반도체 통신 등 기술주보다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구경제주를 단기 매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탄력붙은 구경제주·중소형주=현대차 포항제철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구경제주가 시장관심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의 ''소외''에서 벗어나 기술주의 자리를 메우고 있다.

포철은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6일째 오름세를 탔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이후 3일 연속 올라 1만9천원까지 뛰었다.

현대모비스도 이틀 연속 오름세를 타면서 이날 전날보다 5백50원 오른 9천9백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그동안 ''외면''했던 중소형 우량주로 눈을 돌리는 현상도 뚜렷하다.

이에 따라 신세계 제일제당 태평양 등이 강세를 나타냈다.

신세계는 지난 25일부터 3일 연속 오르면서 지난달말 이후 처음으로 7만원대로 올라섰다.

지난 23일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제일제당도 3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태평양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24일부터 4일 연속 주가가 올라 이날 4만5천원까지 치솟았다.

국민은행 한국타이어도 연일 강세를 이어가나고 있다.

◇전망=시장 수급상황에 뚜렷한 개선조짐이 없는데다 획기적인 모멘텀도 찾기 어려워 구경제주와 중소형주 위주의 각개전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으로 진단했다.

SK증권의 현정환 애널리스트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편입 비중을 늘렸던 외국계 펀드들이 쉬는 동안 다른 펀드들이 구경제주와 중소형주의 편입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시장이 방향성을 정할 때까지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이 매매패턴을 바꾸면 기관과 개인이 뒤쫓아가는 ''추종장세''가 펼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