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가 대내외 요인을 제치고 장세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프로그램 매수가 1,633억원 어치 유입되며 종합지수를 10포인트 이상 밀어올렸다. 20일과 23일에도 프로그램 매수가 대규모 유입, 지수에 탄력을 줬다. 이들 3거래일 동안 프로그램 매수는 5,777억원에 달했다.

국내 증시가 이에 따라 뉴욕증시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수요일에는 뉴욕의 사흘 연속 하락을 딛고 올랐다. 26일에는 미 증시가 반등하고 산업활동동향이 경기회복 조짐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락 마감했다. 전날 저녁 날아든 중국 CDMA 시스템 구축사업 참여 소식도 프로그램에 묻혀버렸다.

이날 외국인 선물 매도가 하루 종일 지속되면서 출회된 프로그램 매물은 1,380억원. 개인과 외국인은 프로그램 매물을 받아내기 바빴다. 결국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4.72포인트, 0.83%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강세를 이어가던 코스닥지수도 종합지수를 따라 76.34로 0.63포인트, 0.82% 내렸다.

시장관계자들은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의 위력이 지속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오재열 SK증권 투자정보팀 과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거리고 개인이 코스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거래소에 뚜렷한 매수 세력이 사라졌다”며 “프로그램 매매가 유일하게 거래를 끌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물 시장에서의 수급이 취약해지면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오현석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지수선물의 시장베이시스에서 콘탱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싹트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지난주 외국인의 대량 매수 이후 외국인 매매가 주춤하고, 최근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4,000억원 이상으로 올들어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어 현선물 가격간 차이인 시장베이시스 변동성이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 CDMA 효과, 반나절 그쳐 = 삼성전자가 중국 CDMA 시스템 구축 사업권을 획득했다. 상하이, 텐진, 푸지엔, 허베이 등 4개 지역에 모두 200만 회선을 공급하게 될 예정이다. 계약금액은 1억달러로 기지국 설비 및 향후 이 지역에 단말기를 독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재료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장중 내내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전날보다 2,500원, 1.11%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에겐 ‘중국 CDMA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의 일부 통신장비 및 부품 협력사도 그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통신부품 제조업체인 에이스테크는 11.28% 올랐지만 케이엠더블유는 4.28% 상승에 그쳤다. 중계기 제조업체인 이스텔은 낮은 제품 마진으로 큰 수혜가 어렵다는 현대증권의 예상대로 0.19% 강보합권에 머물렀다.

단암전자통신은 주권액면분할로 26~27일 이틀동안 매매정지, 이날 상승세를 아쉬워했다. 흥창도 역시 거래중지.

대신증권은 이날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CDMA 통신시스템 입찰 결과 발표에 따라 국내 중소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들의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대신증권 용상민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단말기를 직접 생산하고 있고 팬택이나 텔슨전자도 아직 구체적인 이익을 볼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팬택과 텔슨전자는 이번에 낙찰받은 모토롤라 및 노키아와 각각 제휴를 맺고 있지만 이번 입찰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또 단말기를 공급한다 해도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용 연구원은 예상했다.

◆ 3월중 산업활동 동향, 경기바닥 신호인가 = 수요일 뉴욕증시는 부동산 경기 호조에 힘입어 나흘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3월중 신규주택판매가 4.2% 증가했고 기존 주택매매도 4.8% 급증했다. 이는 금리인하가 주택부문에서 가장 먼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으로 증시에서 재료가 됐다.

26일 통계청은 3월중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실물경기지표는 2월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적어도 횡보국면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하는 지표라는 설명이다.

조병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산업활동 동향 자체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3개월 전과 비교해 경기선행지수가 호전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둔화 속도는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낙관론 쪽에 무게를 실었다.

조 연구원은 또한 "최근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역사적으로 금리 스프레드가 경기 선행지수로 해석돼 왔기 때문에 최근의 금리 움직임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신후식 대우증권 경제조사팀장도 "일단 하락 속도가 완만해진 것으로 봐도 좋을 듯 싶다"며 "특히 소비가 조심스레 되살아 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악화된 수출이 여전히 경기 회복의 키를 쥐고 있다"며 "수출이 계속 나쁜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경기 바닥에 대한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신 경제조사팀장은 특히 2분기 이후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악화될 경우 경기 회복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기가 순환 사이클 상의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 지를 주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미국 상무부는 금요일 오전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한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