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소폭 하락세로 거래를 마감하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월요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4.8% 하락하는 등 주요지수가 이틀째 내렸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없는 조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고이즈미의 자민당 총재 당선을 재료로 강보합으로 올라서고 달러/엔 환율이 전날 뉴욕마감가인 121.24엔과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며 버팀목을 댔다. 달러/원 환율과 금리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외환 채권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장중 550선이 지지력을 발휘하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좁혔다. 전날 상승분을 고려하면 주가는 뉴욕 조정 이전인 지난주 말 수준을 유지했다.

◆ 추가 상승 기대와 프로그램 매수 = 이날 ''선방''에는 외국인 매수와 함께 지난주 박스권 레벨업의 축을 담당했던 프로그램 매수도 한 몫을 차지했다.

이날 규모가 상당히 줄긴 했지만 지난 18일 이후 프로그램 매수는 4,870억원 유입됐다. 주가 지수선물시장에서 닷새 연속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콘탱고 상태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시장베이시스가 플러스 상태를 지속하면서 선물지수가 현물에 대한 선행성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선물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은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장세관이 반영된 거란 설명이다.

신영증권 이원종 연구원은 "시장베이시스가 4월 들어 콘탱고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 선물시장의 투자심리가 U턴했다"고 말했다.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 지속적인 콘탱고 상태와 프로그램 매수 유입은 지수 상승을 주도하지는 못했지만 추가하락을 저지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기대하게 했다.

반면 증가하고 있는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언제든 출회될 수 있다는 것은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상존해 있다. 이날까지 매수차익 거래 신고분은 약 3,900억원이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비신고분까지 합치면 6,000∼7,000억원의 차익거래 잔고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차익 거래잔고의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돌발 변수 발생시 기계적으로 한번에 몰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수선물이 위험회피라는 본연의 임무로 주가에 선행할 것인지, 투기적인 수단으로써의 역할이 강조될 것인지에 따라 프로그램매매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주가도 변동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인, 말 바꿔타나 = 외국인이 열흘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지난 아흐레 동안 1조3,025억원을 순매수하며 유일한 매수주체로 부각됐다.

외국인 매도우위는 두 갈래로 전개됐다. 외국인은 우선 메릴 린치의 인텔 등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등급 하향으로 인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락에 따라 연동 매매했다. 또 최근 보유 비중을 급격히 확대한 SK텔레콤, 한국통신공사의 지분 한도가 소진된 데 따른 부담을 덜어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차 등 52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순매수하며 지분율을 각각 60.6%와 62.07%로 높였고 포항제철, 한국전력, 현매모비스도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일견 우량은행주와 실적주로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규모로 볼 때 추세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국민 주택은행은 단기 재료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종목 매수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하다"라며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몇몇 종목의 지분율이 찼다고 다른 종목으로 매수세를 확대할 만큼 뉴욕증시나 경제 상황이 좋진 않다"고 설명했다.

◆ 통신주와 은행주 = 오전장에는 은행주, 오후장에는 통신주가 투자자 관심을 모았다.

월요일 저녁 전격적으로 합병 본계약을 체결한 국민, 주택은행은 나란히 약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 매수세를 바탕으로 각각 1.77%와 2.16% 오른 1만4,350원 2만3,6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둘다 지난 21일 결정된 매수청구가격보다 높은 가격대.

굿모닝증권 정연구 연구원은 "이날 상승으로 합병 재료는 이미 반영됐다"며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 자체가 의문이어서 초과수익률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오전 한 때 6% 가까이 하락하던 SK텔레콤은 자사주 매입을 재료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종합지수 반등을 주도했다. 한국통신도 SK텔레콤 지분 3% 매각을 재료로 낙폭을 줄였다.

SK텔레콤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자사주 매입은 자체 주가 상승 여력 증대 차원이나 NTT도코모와의 지분 매각 계약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료가 부재한 상황에서 은행구조조정 가속화, 외자유치 등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이들 네 종목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8% 에 달해 시세연속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 성적표 공개 = 국내 기업도 본격적인 실적발표 기간을 맞고 있다.

현재를 단기랠리로 보든, 기술적인 반등에 불과하다고 파악하든 약세장에서는 실적주가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지난 분기 실적과 전망은 지속적인 관심이 요망된다.

이날 삼성SDI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4235억원으로 9% 증가했으며 세전이익은 1,610억원을 기록했다. LG건설은 1분기 영업이익이 54% 증가한 568억원, 경상이익은 50% 는 463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장 종료 후 1/4분기 매출 4조4,252억원에 3,42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2% 감소했다. 동양기전은 자동차 업황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42% 증가한 27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다산인터네트는 지난 분기 매출을 530% 증가한 60억5,000만원으로 잠정 집계했고 순익은 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대현테크는 20% 가량 신장된 6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당기순익은 2억원을 기록했다. 가로수닷컴은 매출은 14% 준 53억6,000만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8억6,000만원을 기록해 88%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정윤제 연구원은 "주도주를 추격매수하기 보다는 실적호전과 성장성을 겸비한 종목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시기"라고 말했다.

◆ 국내외 변수 및 전망 = 화요일에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스, AT&T, 듀폰,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듀폰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컴팩 컴퓨터는 월요일 뉴욕증시 마감 후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았고 아마존은 화요일 장 종료 후 수익을 발표한다.

컨퍼런스 보드는 4월 소비자신뢰지수를 내놓는다. 소비자신뢰지수는 바닥을 봤다는 측과 약세장 속 반등이라는 엇갈린 시각 속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TFT-LCD 사업부문을 LG필립스LCD에 매각키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채권단은 CB(전환사채) 인수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LG화학은 LGCI, LG화학, LG생활건강 3개사로 분할, 25일 재상장돼 동시호가에서 기준가격을 정한 뒤 거래를 재개한다.

수요일 국내 증시는 뉴욕증시가 급등락을 보이지 않을 경우 박스권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뉴욕증시 상승과 그에 따른 외국인 매수 촉발이 국내 증시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면서도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와 뉴욕증시가 금리인하 배경에 의문을 가질 경우 외국인이 급속히 한국증시에서 손을 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 금리인하를 비롯, 대내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가 나온 상태"라며 "분위기가 긍정적이어서 추가 하락하더라도 1차적으로는 540선에서지지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객예탁금이 닷새째 증가추세에 있고 고가 매물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경제 여건과 기업 실적 전망이 나아진 것이 없는 상태여서 추가 상승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반등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부증권 김성노 투자전략팀장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550선과 5일 이동평균선을 지켜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환율, 금리 등 대외 변수가 안정 추세에 있어 경제 지표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올 경우 추세전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