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투자붐 붕괴로 주가급락에 시달리고 있는 통신업계에 거액의 국제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 자금의 표적은 비상장 비등록 기업이지만 투자열기가 공개시장으로 확산되면 한국의 통신주에도 햇살이 비칠 것이란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총 1천억달러(한화 1백33조원)규모의 국제 투자자금이 통신업체 투자를 위해 대기중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이들 자금원은 대부분 미국와 유럽의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들이다.

프라이빗 에쿼티란 공개시장이 아닌 기업 경영진과의 협상(private)을 통해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의 지분(equity)을 인수,3∼5년에 걸쳐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지분을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자금이다.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 구조조정을 거친 뒤 비싼 값에 되판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벌처펀드로 분류된다.

세계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가 만든 소로스 에쿼티 파트너스 등 4개 컨소시엄은 최근 아일랜드 통신업체인 에리콤에 최소한 23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혀 국제자금의 통신업계 투자에 신호탄을 올렸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도 에리콤에 투자의향을 밝혔다.

또 유럽최대의 통신업체인 브리티시 텔레콤(BT)에도 최근 2개의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가 인터넷 주소안내 자회사인 옐의 인수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규제가 많아 신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의 통신업체들이 이들 펀드의 집중 투자대상이다.

미 프라이비트 에쿼티 전문업체인 사라토가 파트너스의 크리스티앙 오버백은 "최근 통신주 급락으로 에쿼티 펀드들에는 유리한 투자환경이 조성됐다"며"그중에서도 현금흐름이 좋은 통신업체들이 집중 투자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기술주 투자붐이 꺼지면서 뮤추얼펀드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그 빈 자리에 독수리떼(벌처펀드)들이 몰려 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