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금리인하는 앞선 세 차례와 달랐다.

인텔, IBM, AMD 등이 주연을 맡은 실적장세와 맞물리면서 이틀 연속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한 것.

새해 벽두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약효''가 하루에 그쳤다. 발표 당일 나스닥지수는 14.17%,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81% 급등하며 반색했다. 그러나 이튿날 나스닥지수는 1.91%,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0% 반락하며 금리인하 조치를 무위로 돌렸다.

지난 1월 마지막날과 3월 20일 등 다른 두 차례에는, 예상됐다는 점에서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효과가 발표 당일 소멸됐다. 나스닥지수와 다우존스지수는 기다렸다는 듯 급락, 그린스펀의 신뢰성 마저 흔들었다.

이번 금리인하는 기업 실적과 어우러지며 이튿날인 19일 목요일에도 급등세를 이어나갔다. 나스닥지수는 4.94% 급등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73%, S&P 500 지수는 1.25% 뛰어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90% 치달았다.

◆ 외국인 대거 매수, 부담으로 = 국내 증시 오름세는 인텔의 낙관론을 계기로 시작, 금리인하를 통해 폭발하며 사흘 연속 지속됐다.

20일에는 거센 상승파도에서 내려서며 한숨 돌렸다. 개인이 차익 및 경계매물을 출회하며 달아올랐던 장을 식혔다. 개인은 거래소에서 1,52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42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기관은 2,329억원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로 개인이 쏟아내는 매물을 받아내기에 바빴다. 외국인은 전날 기력을 소진한 듯 거래소 231억원, 코스닥 117억원 맥빠진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7.02포인트, 1.25% 떨어진 556.29를 가리켰다. 코스닥지수도 73.50으로 장을 마감, 전날보다 1.40포인트, 1.87% 하락했다.

외국인은 최근 8거래일 연속 매수우위를 유지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금리인하에 고무됐던 19일엔 거래소에서만 6,715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 98년 5월 주식시장 완전 개방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였다. 순매수 규모는 이번주 7,778억원, 8거래일 연속으로는 1조2,793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의 폭발적인 순매수는 지수를 큰 폭 올려놓았지만 부담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핵심주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이 거의 다 차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지분율은 사상 처음으로 58%선을 넘어섰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공사는 지분한도가 각각 99.66%, 99.98% 찼다. 이들 통신주는 외국인이 사고 싶어도 더이상 살 수 없다. 엿새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LG홈쇼핑도 이날 지분한도소진율 100% 군에 들어왔다.

결국 ''거래소 빅3''에 대한 외국인 지배력이 높아진 만큼 국내 증시는 앞으로 더욱 뉴욕증시, 특히 나스닥지수에 철저히 연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 상승세, 에너지 비축 = IBM, 애플, AMD 등 기술주가 인텔에 이어 뉴욕증시에 드리웠던 실적부진의 먹구름을 걷어냈다.

IBM은 지난 분기 전년 동기보다 8.8% 많은 매출을 올리는 등 목표 실적을 거뜬히 달성하면서 대표주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인텔의 경쟁업체 AMD도 매출을 신장하면서 수익전망을 충족했다. 애플은 흑자로 전환했다.

목요일 장 종료벨이 울린 후 마이크로소프트,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이베이 등이 실적 전망을 뛰어넘으면서 시장심리를 한층 더 북돋웠다.

뉴욕증시의 실적은 이어진다. 다음주 초 예정 기업 가운데 기술주로는 컴팩, 노벨레스 시스템즈, 루슨트 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스 등이 있다.

SBC커뮤니케이션즈, 엑슨모빌, 킴벌리 클락, 3M, 펩시콜라, 아마존, AT&T, 듀폰,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 등도 분기 성적표를 내놓는다.

실적은 다음주 또다시 경기논쟁과 맞붙으며 지수를 출렁이게 할 전망이다. 24일 오전 10시에는 민간경제연구소 컨퍼런스보드가 4월 소비자신뢰지수를 발표한다. 다음날은 3월 내구재주문, 신규주택판매 및 기존 주택매매 동향이 잇달아 발표된다.

26일엔 실업수당 신규신청 건수가, 27일엔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와 1/4분기 경제성장률이 개장전 발표된다. 관계자들은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4분기 1%에서 0.7~0.8%로 소폭 더 둔화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 가늠자는 550 = 다음주 장세와 관련, 대부분 증시관계자들은 조정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종합지수 550선에서 강한 지지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일은증권 이상준 연구원은 “550~600대에 압도적인 매물대가 포진하고 있다”며 “매물대 돌파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지난 1월 랠리에서도 이 매물대를 극복하지 못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그는 “550선을 중심으로 주가가 조정되는 시점에 매수에 나서는 전략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증시관계자도 “20일 개인 매도자금 중 상당부분은 추가적인 반락이 있을 경우 재매수를 염두에 둔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이날 조정으로 오히려 550선 지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기금 투입도 다음주 이후엔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19일 우체국보험 기금이 주식형 수익증권에 500억원을 투입한데 이어 이르면 다음주 1,000억원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당초 발표와 달리 이번 주 연기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전날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올해 직접투자 5,000억원, 위탁투자 1조5,000억원, 주식형 수익증권 9,000억원 등 2조9,000억원 신규 주식매입키로 했지만 본격 투입은 5월 쯤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현대그룹의 현안이 어떻게 가닥을 잡아나갈 지도 주목된다. 하이닉스반도체는 DR(해외주식예탁증서) 및 하이일드 본드 발행을 통해 다음달까지 1조8,000억원의 외자유치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DR발행분 중 20%와 구주는 반도체산업에 관심이 있는 해외 전문회사가 사모 형태로 인수하고, 나머지 80%는 공모로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또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은 24일 방북할 예정이다. 금강산사업의 대북지불금을 600만달러로 인하해 줄 것을 공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육로관광, 해상호텔 카지노, 금강산 개성 경제관광특구 시행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