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이틀새 널뛰기 장세를 펼치고 있다.

전날 한달여만에 1,300원대 환율이 붕괴돼 1,293.50원까지 내려섰던 환율은 20일 이를 고스란히 되찾으며 1,31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거래자들은 거래패턴이 2달 가까이 달러/엔 환율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지만 달러/엔의 방향설정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지표가 나타나주길 바라고 있다.

이같은 심리는 20일 역외세력이 뉴욕장에서부터 의외의 매수세를 보인데 이어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이자 이를 급히 따라간데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달러/엔 따라잡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상 이날 달러/엔의 반등을 놓고 의견이 나눠져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환율 방향잡기가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달러/엔, 시계방향 ''제로'' = 달러/엔 환율에 대한 전망이 ''갈지자''다. 달러/엔이 최근 큰 범위인 ''120∼125엔'' 범위내에 묶여있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밤새 뉴욕장에서 120엔대 후반까지 내려섰다가 이날 도쿄장에서 122엔대로 다시 튀어오른 점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

특히 오전중 일본 미야자와 재무상이 "최근 엔화가 달러에 비해 5주동안 최고치까지 상승한 이후 외환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지만 그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거래자들은 일본 정부가 최근 엔강세를 달가와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그간의 엔강세 분위기를 접고 달러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야자와 발언자체가 엔강세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정부의 견해를 비친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달러/엔이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강하게 나오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방향설정은 혼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경제의 펀더멘털은 120엔 이하의 엔화강세를 견뎌낼만큼 체력이 튼튼하지 않으며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가 급작스레 움직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그간 일본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을 놓고 봤을 때 그들은 120∼125엔대 범위를 가장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도 엔화에 대해선 제한적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로 인해 국제투자자들이 엔화로 갈아타는 자금흐름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대형 투자은행들이 달러/엔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최근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달러/엔 환율이 150∼170엔까지 오를 수 있거나 130엔대를 언급했다. 이들의 발언은 그들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 딜러는 "달러/엔은 이달까지 일본 신임 총리결정, G7회의 등 국제회의를 거쳐야만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새로운 참고지표를 찾기 어려운 시장 = 엔화에 대한 전망이 ''혼미''한 상황에서 원화도 비슷한 궤를 그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엔화 약세라는 중장기적 트렌드가 바뀌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달러/원이 확실한 수급장으로 가기 위해선 새로운 참고지표가 필요한 시기"라며 "그러나 엔화와 원화의 관계를 생각할 때 쉽게 다른 지표를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도 거래자들 대부분은 전날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7,000억원이상의 엄청난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최근 순매수분을 고려, 환율하락쪽에 무게를 싣고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감은 밤새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부터 무너지며 전날의 낙폭을 만회하는 수준까지 환율이 오르자 당황하고 있다.

주식순매수분 유입이 부진한데다 역외에서 공격적인 매수를 감행한 것. 최근 주식순매수 등의 달러환전 수요는 시장에 직접 공급되지 않고 스왑 등으로 전환돼 시장지표로서 다소 힘을 잃고 있다.

일방적으로 시장이 대외요인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도 지표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대변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달러/엔이나 역외세력 등 대외적인 세력에 의해서만 달러/원이 움직여 국내 시장 딜러는 외국인의 들러리나 서는 것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역외세력은 달러/엔 동향에 맞춰 달러/원에 대한 포지션을 가져가면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을 활용, 하루 40억달러규모에 불과한 국내 시장을 교란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에 일단 관심을 돌렸다는 사실에서 새로운 지표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엔화와의 연결고리를 섣불리 끊을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말을 앞둔 뉴욕 증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을 것 같다"며 "금리인하라는 호재가 기름을 붓기도 했지만 국내 증시가 이날 하락반전했듯 뉴욕 증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 등이 나와 조정받거나 다시 악화쪽으로 돌아서면 지난 1월의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원화는 다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달러/원 환율은 달러/엔이 121엔 아래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후 4시 9분 현재 전날보다 13원 오른 1,311원을 가리키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