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8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주식시장 침체가 일반인들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경제가 좋아지면 증시도 살아날 것이란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먼저 증시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그래서다.

이런 정책 변화는 주식시장에서 대환영을 받고 있지만 빠른 경기회복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증시부터 살린다 =연준리는 이번 금리인하의 이유로 세가지를 들었다.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와 증시 불안에 따른 소비위축 가능성, 그리고 해외경제 둔화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그동안 애써 외면하려 했던 변수였다.

이보다는 재고 누적에 초점을 맞췄다.

연준리 안에선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경기가 다시 좋아질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했다.

월가의 호된 비판을 받으면서도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이번 인하는 그런 시각이 다소 변했음을 보여준다.

경기침체 원인이 기업들의 첨단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단순히 재고가 없어진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미국 가정의 50% 이상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가치 급락은 그대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지난 3월의 소비 감소가 이를 잘 말해준다.

게다가 점점 늘어나는 실업률은 소비 심리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통해서라도 우선 증시를 살려 소비 심리를 안정시키겠다는게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 주식시장 안정에는 큰 효과 =월가의 폭등은 이번 금리인하의 효과를 잘 말해준다.

''당분간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촉진에 맞출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연준리의 의도가 분명해진 만큼 투자 심리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내달 15일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최소한 0.25%포인트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금리인하로 기관투자가들의 증시 자금유입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절묘한 시기 선택도 효과의 극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는 시점이 아닌 오를 때 메가톤급 호재를 선사했다는 점에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격이다.

◇ 빠른 경기회복은 아직 불투명 =이번 금리인하는 자금시장의 숨통을 어느 정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급격한 경기하강 속도를 돌려 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전망하기 어렵다.

올들어 네차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수익이 좋아지고 투자가 늘어난다는 신호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탓이다.

지난 4분기 1% 성장에 머물렀던 미국 경제가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것이 바로 이번 금리인하의 직접적인 계기일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