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뉴욕증시의 세력권에서 잠시 벗어났다.

전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내렸지만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닷새째 순매수했다. 그동안 답보상태에 빠져있던 외자유치 등이 마무리된다는 루머가 상승 요인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자체 모멘텀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18일 증시는 이에 따라 화요일 뉴욕증시의 등락이 제시하는 방향에 다시 갇힐 수 밖에 없다.

전날 시스코의 매출 급락 경고는 유럽 증시를 거치면서 뉴욕증시에 더 큰 충격으로 증폭될 전망이다. 나스닥지수 선물은 유럽증시가 하락출발하면서 하한가로 급락했다. 현지에서 새벽 5시 20분 현재 기준가보다 42.00포인트 낮은 1,586.00을 가리키고 있다.

◆ 루머가 움직였다 = 17일 장에는 두 가지 루머가 돌았다. 재료 다운 요인이 없는 취약한 시장에서 지수는 루머를 좇아 움직였다.

SK텔레콤이 NTT도코모와의 전략적 제휴를 마무리짓고 결과를 이날 오후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SK텔레콤은 물론 다른 통신주 강세로 번졌다. SK텔레콤이 3% 올랐고 한국통신은 SK텔레콤 지분 매각 재료가 더해지면서 3.14% 상승했다. 코스닥의 한통프리텔, 한통엠닷컴, 하나로통신도 덩달아 강세를 보였다.

현대증권에 AIG 자금이 유입된다는 소문은 증권주를 강세로 이끌었다. 현대증권이 5.95% 상승하며 증권주 대부분이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현대증권 이건상 수석연구원은 "어느 정도 사실에 입각한 소문이지만 기초여건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 및 증권주의 강세가 지속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 뉴욕 반도체주 내렸지만 삼성전자 매수 =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닷새째 매수우위도 연속성이 담보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월요일 뉴욕증시에서 인텔이 6.5%,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4.1%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5% 끌어내렸다. 그러나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닷새 연속 순매수하며 또다시 지분율을 사상최고로 높였다. 순매수 규모도 전날 53억원에 비해 늘어 166억원을 기록했다.

증시관계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오늘은 뉴욕 반도체주와 엇갈린 방향으로 나갔지만 추세적으로는 궤를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논쟁에 이어 반도체주 매수 타이밍도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으나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만큼 섣불리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으리라는 설명이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나스닥선물 하락, 닛케이 225 등 아시아 주요 지수하락 등에도 국내 증시가 강세를 나타낸 것은 전날 선조정을 받은 영향이 크다"며 "나스닥과의 연동성이 작아졌다고 보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 기술주와 전통주 = 뉴욕증시가 화요일에도 기술주 하락, 전통주 강세를 재연할지 관심거리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2.64% 하락한 반면 다우는 0.31% 올랐다.

무엇보다 월요일 장 종료후 나온 실적관련 소식이 기술주에 하락압력을 주고 있다. 먼저 대표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는 이달 마감하는 회계년도 3/4분기 매출이 이전 분기에 비해 30%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신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비테세는 8년만에 처음으로 분기매출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개장 전에는 케터필러, 존슨&존스, 이스트만코닥, 메이텍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장 마감 뒤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을 비롯,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테러다인이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기업실적 악화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저조한 수익이 예컨대 두 분기 내에 돌려놓기 어려운 경기침체에 기인한 것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경기하강 국면의 반환점이 멀었다는 쪽과 반등중이라는 장세관 사이의 선택은 당장은 뉴욕증시 투자자들의 몫이다.

개장 전에는 3월중 소비자물가 및 산업생산이 발표된다. 소비자물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과 관련지어 해석된다. 지난주 발표된 생산자물가에 비추어 소비자물가도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2월 전월대비 0.6% 감소한 산업생산이 더욱 큰 폭 격감하지 않는 한 FRB는 다음달 15일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금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다.

◆ 체력 확인된 종목 위주로 = 국내 기업들도 1분기 추정 실적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최근 장에서 나타났듯 실적 호전주와 2분기 실적호조가 예상되는 종목이 약세장에서 대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한화증권 조덕현 투자전략팀 과장은 "미국 실적뿐 아니라 국내 기업 실적에도 관심을 가질 시점"이라며 "국내외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성장성을 믿고 투자에 임하기보다는 자생력이 확인된 실적호조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개별 종목 요인으로는 현대자동차와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상용차부문 제휴를 추진중이라며 일부 결별보도를 차례로 부인하고 나섰다. 외국인은 이날 제휴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자 현대차에 대해 14일 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현대차 주가는 3.83% 빠졌다.

쌍용양회와 하이닉스 반도체(옛 현대전자)는 5월중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으로 확정됐다.

경제지표로는 3월 어음부도율이 오전에, 3월중 소비자전망이 정오에 발표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