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화 환율에 철저히 연동하되 은행권 달러되사기와 저가매수로 1,320원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였음에도 환율하락은 제한적이었으며 오히려 저가매수심리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 마감가 1,329.10원보다 5원 낮은 1,324.10원에 거래를 마쳐 사흘만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그러나 장 막판 달러/엔이 소폭 재반등하고 달러매도초과(숏)상태인 일부 은행에서 적극적으로 달러되사기에 나서면서 환율은 위쪽으로 튀었다. 1,320원대 초반에 머무르던 환율이 1,325.40원까지 차례로 올라선 것.

이에 국책은행도 1,325원이 불편했음인지 아래쪽으로 밀기 위해 달러매도에 적극 나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져 환율은 급변동했다.

이날 환율은 1,320원에 대한 부담감이 있음을 확인했다. 시장거래자들은 지난 12일 달러/엔이 122엔대 후반으로 밀렸을 때 달러/원이 1,315원까지 갔음을 상기하면서 123엔이 지지되자 달러매도가 주춤했다. 달러/엔을 따른 거래패턴상 매도에 나섰을 뿐 추격매도가 쉽게 따라주지 않아 추가환율하락에는 실패했다.

달러/엔의 추가조정 가능성이 무게를 얻고 있는 가운데 외환당국의 안정의지도 명백히 확인돼 18일 환율은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1,310원대 환율도 예상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은 좀 더 조정가능성을 가져 122엔대로 갈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며 "국내서도 성급하게 사는 분위기는 아니나 아직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을 따라가되 변동성이 커져 1,310∼1,330원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밤새 달러/엔이 빠질 여유가 있다"며 "1,325원대에서 국책은행의 매도세가 대단한 점으로 미뤄 당국의 의지를 받아들여 차트상 1,310원대에서는 공백이 많아 1,312∼1,313원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구로다 재무성 차관발언에 힘얻은 엔화 반등 = 달러/엔 환율은 뉴욕장에서 124.35엔으로 달러강세가 지속된 상태로 마감됐다.

그러나 도쿄장에서 개장초 국제통화기금(IMF)의 ''엔화약세 용인''이라는 재료를 안고 잠시 오름세를 타 124.70엔대까지 올랐으나 구로다 재무성 차관이 이를 진압하면서 줄곧 내림세를 보였다. 달러/엔은 뉴욕장보다 1엔이상 하락한 123.10엔까지 내려선 끝에 소폭 반등하며 123.30∼123.40엔대에서 거래됐다.

일본의 구로다 재무성 국제담당차관은 ''미국과 엔화 약세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강하게 부정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전했다.

이같은 발언을 재료삼아 시장거래자들이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에서 조정에 들어가고 유로/엔 옵션관련 매도세로 인해 달러/엔은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또 시스코 시스템즈가 실적악화를 경고하는 등 미국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도 달러매도를 부추겼다.

거래자들은 122.90엔에서 다음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미 기업 실적경고에 대한 영향으로 기술주가 약세를 보여 이틀 내리 하락, 전날보다 1.42% 하락한 1만3,067.09으로 마감했다.

◆ 저점 확인은 아닐 듯 = 이날 환율은 주로 은행권내의 플레이가 주를 이뤘다.

달러/엔 하락을 예상한 은행권이 대부분 달러매도초과(숏) 플레이에 주력했으나 업체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저가매수에 나서 달러를 흡수하는 양상도 전개됐다. 환율의 추가하락을 막아 1,320원을 하향돌파하지 못한 주된 이유.

당황한 은행권은 달러/엔이 반등하자 서둘러 포지션커버를 위해 달러되사기에 나섬으로써 낙폭을 대거 줄였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전체적으로 시장불안감이 상존하고 있어 업체들이 추격매수나 매도에 쉽게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1,320원에 대한 부담감은 확인했으나 달러/엔의 추가하락여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미국의 대형투자은행들이 달러를 팔고 있어 추가조정가능성이 많다"면서 "1,320원이 지켜졌긴 하지만 저점 확인은 아니다"고 전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앞서 환율은 전날보다 0.10원 내린 1,32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직후 환율은 내림세를 일시적으로 보였으나 역외세력이 달러매수로 오름세로 손을 갈아타며 1,33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달러/엔 환율이 반락하고 달러매수초과(롱)상태인 일부 은행권의 달러되팔기와 국책은행도 매도세로 환율은 미끄러졌다. 이후 1,325원이 지지되는 가운데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가 오전장 막판 매도세가 강화돼 1,323.80원으로 오전장을 마쳤다.

오후 들어 환율은 1,322원에 거래를 재개, 달러/엔 하락을 타고 1,320원을 기록하며 수차 이 선을 하향돌파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으나 추가하락에는 실패했다. 이후 환율은 은행권의 달러되사기 등으로 1,321∼1,324원대에서 등락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초반 기록한 1,330원이 유지됐으며 저점은 1,320원으로 등락폭은 10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25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전날에 이어 매수우위를 이어갔으나 코스닥에서는 전날에 이어 매도우위를 나타내며 1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환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8,9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1억1,06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6억5,500만달러, 8억6,50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324.20원으로 결정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