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증권사는 국내에 지점을 세워 영업을 해오면서 시장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법인영업과 기업분석에 필요한 인력도 많이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그동안 거래선을 확보했고 국내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충분히 익힌 뒤 현지법인 전환에 나선 것이다.

국내지점과 현지법인과의 차이는 크다.

국내지점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영업을 해야 한다.

영업점포를 낼 수 없고 주식매매 유가증권인수 자기매매 등의 업무도 영업기금 규모에 따라 제한된다.

그러나 현지법인은 국내증권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영업점포도 늘릴 수 있고 자회사도 만들 수 있다.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은 특히 국내 기관과 외국인을 상대로 위탁매매를 하는 법인영업 부문에선 이미 국내증권사를 추월했다.

자딘플레밍 ABN암로 골드만삭스 등 14개 외국증권사 국내지점(거래소 회원 비가입사 제외)의 법인영업(주식약정) 점유율은 지난해 2·4분기에 11.11%(증권거래소 집계)까지 올랐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도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9년 초에 5%대였던 점유율이 1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외국증권사 국내지점별로 봐도 법인영업부문에선 국내증권사가 경쟁이 안된다.

지난 2월 법인영업시장에서 UBS워버그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이 선두그룹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증권사 가운데 법인영업이 제일 강하다는 삼성증권도 5위권으로 뒤처져 있는 상태다.

탁월한 리서치 능력과 리스크관리 등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외국증권사에 추월당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증권사들이 지점을 통한 법인영업부문에서 1년 사이에 두배로 성장하자 거액의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한 소매영업에 뛰어들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