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 새판짜기에 나섰다.

3월결산을 마친 뒤 새 결산연도의 출발에 맞춰 주식투자비율과 투자종목을 조정하고 있다.

기관마다 전략이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들어간 대목이 단연 눈에 띈다.

삼성투신운용 등은 종합주가지수 500선을 바닥으로 보고 경기방어주를 내다 팔고 경기민감주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반면 SK투신운용 등은 500선에 별다른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현 수준의 주식투자비중을 유지하는 보수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주가가 500선 언저리에서 답보상태를 보이자 기관의 운용전략이 "공격"과 "보수"로 크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자산운용을 공격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국내기관이 등장했다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500선은 공격의 신호탄=국내기관 가운데 1·4분기(4∼6월)에 가장 공격적인 운용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곳은 삼성투신운용이다.

지난 1∼3월 신탁자산의 70%이하에 그쳤던 주식편입비율을 80%까지 늘리면서 자본재,전기·전자,금융업종의 실적 호전주를 중점매수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신한은행 대우증권 한국통신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기환 삼성투신운용 상무는 "주가가 바닥권에 이르러 운용전략을 조정할 기회가 왔다고 본다"며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매수전략을 펴겠다"고 말했다.

현대투신운용도 주식편입비중을 종전 70%에서 7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등 통신주와 삼성전자등 반도체주를 주요 매수대상 종목으로 꼽고 있다.

환율상승에 따른 대표적인 낙폭과대주로 꼽히는 한전도 매수 리스트에 올려놨다.

반면 포철 삼성전기 삼성중공업등은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보고 매도 대상으로 분류했다.

성금성 이사는 "주가가 500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아 주식편입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은 환율피해주인 한전과 대한항공을 매수 1순위에 올려놓아 눈길을 끈다.

장인환 사장은 "달러 강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 과도하게 저평가된 종목을 지속적으로 매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운용자산중 3%에 불과한 통신주(한통프리텔 한국통신 SK텔레콤등) 비중을 10%까지 높이고 은행 증권 등 금융주도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농심 태평양등 경기방어주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주가 500선은 저점매수의 기회"라며 "경기민감주로 방향을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주가전망은 여전히 불투명=500선을 바닥으로 보지 않는 기관은 보수적인 운용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SK투신운용이 보수적인 포트폴리오의 대표적인 예.반도체·통신주의 비중을 낮추면서 음식료 도소매 등 경기방어주의 비중을 더 높인다는 전략이다.

장동헌 SK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주가가 많이 내렸지만 추가 하락의 위험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며 "현재로선 공격적인 운용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투신운용도 주식편입비중을 업계 평균보다 5%정도 낮은 60%를 유지하고 있다.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주가전망이 워낙 불투명해 바닥을 점치기 어렵다"며 "블루칩과 통신주를 중심으로 저점매수와 고점매도를 반복하는 단기매매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