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다시 M&A(기업인수합병)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증시의 장기침체와 맞물려 첨단기술업체에 대한 환상이 깨진 가운데 M&A가 단순한 시너지효과의 제고 수단을 넘어 ''생존공식''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영에이브이는 11일 아이스타뮤직 한석창 사장과 대성기획 김희환 사장 등을 제3자로 지정해 65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한석창 사장은 배정물량이 86만주(지분율 22.7%)에 달해 증자후 16.8%로 지분이 줄어드는 대영의 유재학 사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김희환 사장도 증자참여로 10%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대영에이브이는 이번 증자가 전략적 제휴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증자대금을 이들 기업에 재투자하는 문제와 3사의 합병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대영의 이번 증자를 사실상 M&A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양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증자 후의 경영권 변화 등은 미지수지만 이번 제3자 배정방식의 증자는 사실상 M&A를 통한 세불리기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닥시장의 M&A는 동종업체간 합병을 통한 ''세불리기''와 신·구경제 기업간 ''짝짓기''형식으로 이원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주류는 역시 A&D(인수후개발)와 백도어리스팅(우회등록)을 통한 신·구경제업체간 짝짓기다.

현재 약 90개로 추정되는 CRC(구조조정전문회사)를 비롯해 M&A부띠끄 창투사 등이 코스닥등록업체간,또는 등록기업과 장외기업간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코스닥등록기업인 보양산업의 A&D작업을 주관했던 I&B컨설팅 이규범 대표이사는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단기간에 자사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M&A를 검토하는 기업들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첨단기업들의 경우 불투명한 수익모델을 비롯해 짧은 창업연도에 따른 시스템부족에,제조업체들은 시장에서 소외된 데다 첨단사업에 대한 콤플렉스(자격지심)를 절감하고 있어 향후 M&A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 M&A팀 황영철 과장은 "올들어 각종 M&A가 부쩍 늘고 있고 A&D 등을 위해 대상업체를 물색해 달라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들어서만 한국아스텐엔지니어링 한길무역 써니상사 대정크린 서능상사 보양산업 하이론코리아 등이 A&D나 백도어리스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M&A가 변칙적인 ''머니게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증시에 미칠 부작용에 우려를 나타냈다.

동양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M&A시장이 대상기업이 아닌 CRC 컨설팅사 등 브로커가 주도하는 전형적인 셀러마켓으로 전락해 이들 머니게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들어 중소제조업체들이 아무 이유없이 초강세를 나타낸 후에는 A&D 등 재료가 흘러나오며 애꿎은 개인들만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