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도입된 기관투자가에 대한 공모가 수요예측제도가 공모가를 낮추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전체 공모주식의 절반 이상을 인수하고 있는 투신사들은 이 제도가 시행된 후 공모가격 결정 전단계인 수요예측과정에서 미리 할증분(가중평균가의 ±30%)만큼 가격을 낮춤으로써 공모가를 본질가치 수준으로 묶어버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공모가 산정범위를 늘려 주간사 증권사와 발행사의 재량을 넓힌다는 당초의 취지가 빗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투 대투 현투 등 3투신은 바뀐 수요예측제도가 적용된 디지탈퍼스트 태광이엔시 STS반도체통신 세아메탈 등 코스닥 등록 예정기업의 수요예측에서 본질가치보다 20∼30% 낮은 가격을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실시된 디지탈퍼스트의 수요예측때 한투와 대투의 공모희망가는 본질가치(4만5천3백71원)의 77% 이하인 3만2천원(액면가 5천원)과 3만5천원(액면가 5천원)이었다.

태광이엔시와 세아메탈도 수요예측가격이 낮아 공모가는 이보다 30% 정도 할증된 가격에 결정됐다.

이 공모가는 본질가치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와 발행사에서는 3대 투신이 공모가격의 산정범위가 10%에서 30%로 늘어난 점을 감안해 그만큼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태광이엔시의 김종운 기획팀 과장은 "3대 투신이 30% 할증을 미리 고려해 수요예측 과정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로 서로 합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다른 투신도 자기 나름대로 공모가를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중평균가의 상·하위 10%는 물량배정에서 아예 제외하도록 돼 있어 어쩔 수 없이 3대 투신의 가격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D증권 기업금융팀의 관계자도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최근 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투신사들에 대해 수익원을 부여한다는 이유로 이같은 투신사들의 공모가 ''후려치기''를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