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확연한 하향안정세를 드러냈다.

이전과 달리 외환당국의 물량개입이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막판 게릴라성으로 개입에 나서 낙폭을 크게 만들었다.

환율은 당국의 개입우려감보다 시장자체의 자연스런 흐름에 의해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심리가 하향조정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시장은 장초반 1,340원대를 잠시 기록한 외에 1,330원대에서 주로 움직였다. 다만 아래쪽으로 밀릴 때마다 결제수요가 튀어나와 하락을 저지, 여전히 달러매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세력들이 있음을 보여줬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밤새 달러/엔 환율과 나스닥 변동에 따른 대외요인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시장심리가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어 1,340원대는 막히는 것으로 보고 내일 대외변수를 제외하고 물량이 추가로 나온다면 1,320원대도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이 지금까지의 랠리트렌드가 꺾여 추가조정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밤새 125엔을 회복하지 못하면 1,340원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국내 증시가 걱정"이라며 "480선 지지여부에 따라 달러/엔 환율과 함께 외환시장의 포커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사흘 내리 하락세 =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사흘 내리 하락세를 나타내며 전날보다 5.10원 내린 1,33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막판 내림세를 가속화한 환율은 당국의 종가관리가 빛을 발했다. 1,336∼1,338원 범위에서 꿈틀거리던 환율은 마감을 20여분 앞두고 달러/엔 환율하락에 맞춰 기습적인 개입을 통해 1,330원대 초반으로 환율을 끌어내렸다.

한 시장참가자는 "막판에 종가관리를 위해 5,000만∼1억달러 가량의 물량을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중 고점은 1,341.50원, 저점은 1,332.70원으로 변동폭은 8.80원이었다. 전날(6.90원)에 이어 1분기중 하루변동폭 평균인 9.30원, 4월 들어 하루평균 변동폭인 18.50원에는 못 미쳤다.

◆ 달러/엔 환율 조정세 = 달러/엔 환율은 이날 전-현 외환당국자의 발언에 따라 등락했다. 뉴욕 마감가인 125.01엔에서 도쿄로 넘어와 오전장에서 미야자와 일본 재무상이 "일본정부는 엔화 약세를 이끌 의사가 없으며 엔화 약세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가 근거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뒤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 청산이 이뤄지면서 하락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사카키바라 전 재무성 차관이 "일본경제가 이미 침체국면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달러/엔이 130엔까지 갈 수 있다"의 발언과 신용평가기관이 일본정부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다는 루머로 125엔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거래자들과 미국 거래자들이 달러를 팔면서 124.50엔대 중반으로 내려섰다.

시장거래자들은 오는 28일 있을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 전까지 달러/엔이 현재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증시는 기술주와 증권주 약세를 반영하며 이틀 내리 하락했다. 개장초 약세로 출발했으나 장중 플러스권으로 반등을 시도했던 닛케이지수는 오후장에서 낙폭이 확대되면서 전날보다 1.72% 하락한 1만2,620.27엔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시장거래자들은 "달러/엔의 상승추세가 바뀌었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한꺼번에 130엔을 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추가조정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시장심리의 반전 = 환율이 사흘 내리 하락세를 보이면서 시장심리가 하향쪽으로 반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시장지표로 삼고 있는 달러/엔 환율이 이날 추가조정가능성을 내비치자 달러/원 환율도 하향조정국면으로 읽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매수에 나서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대외변수들에 매달릴 수 밖에 없지만 당분간 1,340원은 막히면서 조정세에 들어갔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 1,330원대에서 움직임이 예상되지만 시장에 물량이 추가로 공급되면 1,330원 아래로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당국이 달러/엔에 맞춰 적절히 개입에 나서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조화롭게 어느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하향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쌍용양회의 외자유치분도 이날 시장에 나온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남아있다는 견해도 있어 추가로 환율하락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잠복해 있다.

이날 역외세력도 개장초반 매수에 나섰다가 달러/엔이 추가상승에 실패하자 잠잠해졌다. 업체들은 아직 자금수요가 남아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조금씩 나타났다. 막판에도 1,332.70원까지 내려가자 결제수요가 고개를 들면서 1원이상 환율을 끌어올렸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이날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서 달러/엔 환율상승과 NDF환율이 1,340원대로 올라선 것에 자극받아 전날보다 1.80원 높은 1,341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거래직후 1,341.50원까지 올라선 후 내림세로 돌아서

오후장은 오전보다 0.10원 오른 1,337.50원에 거래를 재개, 달러/엔 환율이 125엔대를 위협하자 1,339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달러/엔이 다시 124엔 중반대로 밀리자 이를 추종하면서 1,336∼1,337원대에서 거래가 주로 형성되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1,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였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326억원의 순매도를, 코스닥에서 2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날 정부의 연기금 증시 투자방안에 대한 실망매물로 종합주가지수는 28개월중 최저치인 491.21에 마감, 전날보다 6.25포인트, 1.26%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0.25포인트, 0.39% 내린 64.5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8,9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3,29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8억7,560만달러, 4억6,200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337.50원으로 결정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