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부활을 상징하던 나스닥지수가 불과 1년여 사이에 66%나 폭락했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던 다우지수까지 약세를 보이자 일부에서는 30년대 주식시장 폭락의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9년 최고치에 도달할 때까지 8년 동안에 4.6배나 상승했던 다우지수는 이후 3년새 89% 하락하면서 대공황에 진입했다.

경제 및 시장 구조 등이 70년전과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30년대의 주가 폭락과 비교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투기적 거래와 기업 가치에 대한 과대 평가에 의해 형성된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이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인터넷과 기술주에 대한 과대 평가와 그에 따른 거품은 기본적으로 30년대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

20년대 말에 미국의 자동차관련 기업은 5백여개에 달했으며 경기 호황을 배경으로 제너럴모터스의 주가는 25년부터 3년 동안 10배 이상 급등했다.

라디오 보급의 급속한 팽창에 힘입어 첨단기술주의 대표 주자인 RCA의 주가는 21년부터 7년 사이에 56배나 폭등했다.

90년대 신경제의 도래와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평가 기법의 적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의 거품에 대한 경고를 무시했으나 최근의 주식 시장 하락은 결국 그런 경고가 현실화된 것이다.

그동안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의 전망은 아직도 밝지 못하다.

이는 경기 하강의 심화 가능성으로 통신 영상 기술(TMT) 뿐만 아니라 여타 부문의 기업수익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주목하여야 할 것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산업별 경기의 양극화 현상이다.

제조업 부문의 고용은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건설 및 일부 서비스부문에서는 신규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보통신 부문의 과잉 설비와 급속한 재고 조정에 의해 유발된 제조업침체가 비제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향후 2∼3개월의 고용통계가 하반기 경기 회복의 형태와 주식시장 추가 하락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주식시장 하락이 30년대와 유사하게 과도하게 형성되었던 거품의 해소 과정이라면 향후 조정의 마무리와 반등은 전적으로 경기 회복 형태에 달려있다.

만약 미·일의 경기침체 동시 진행,실업 증가,소비 위축,에너지가격 급등이 나타나면 73∼74년 사이의 시장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김석중 <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