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중국 위안화 절하 문제가 다시 국제금융시장의 이슈로 떠올랐다.

올들어 시작된 엔화 약세가 멈추지 않자 수출경쟁력 저하를 우려한 중국은행 류밍캉(劉明康) 은행장이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데 따른 것이다.

반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엔하이왕(閻海旺) 부행장은 엔화 약세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공식 부인함으로써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 위안화 절하 유혹 크다 =현재 중국 정부는 금융기관들의 막대한 부실채권과 10%가 넘는 대량 실업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엔화의 지속적인 약세로 수출시장에서의 입지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음에 따라 위안화 절하에 대한 유혹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위안화 절하 가능성 얼마나 되나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언제든지 제2선 자금(back-up facility)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홍콩의 외환보유고를 포함하면 2천3백억달러가 넘는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를 비롯한 주요 예측기관들은 지난해 3백억달러를 기록한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앞으로도 5년동안은 연평균 2백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내 외환시장 여건은 오히려 위안화를 절상쪽으로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를 절하시킬 경우 국제투기세력의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불러온 직접적인 배경인 엔화 절하추세도 어느 정도 한계에 온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30엔 이하로 떨어질 경우 미국은 무역적자 확대라는 부담을 피할 수 없다.

◇ 중국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지난 79년이래 유지해온 수출지향 전략을 99년 하반기부터는 내수를 겨냥한 경제대국형 성장전략으로 수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외자를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해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홍콩과의 경제통합을 위해서도 위안화 절하는 곤란하다.

현재 홍콩은 ''1달러=7.8홍콩달러''를 축으로 한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위안화가 절하되면 경제통합의 관건인 위안화.홍콩달러화간의 중심환율(pivot rate)을 맞추는 문제인 화폐통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위안화 절하 가능성은 논의차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