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을 틈탄 환투기 세력에 외환 당국의 힘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이른바 ''본때론''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4년만에 다시 나왔다.

문제는 정책 당국이 의도한 만큼 원화 환율을 진정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단 6일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이같은 ''본때론''의 영향으로 환투기 세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는 본때론이 제기될 정도로 시장 상황과 외환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환율 결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외화 수급 사정이다.

지금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 놓았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외화 수급 사정이 불투명하면 환율은 상승한다.

올들어 외환보유고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수출도 23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반전한 데다 환차손 부담으로 국내 기업들의 외자 조달과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교역상대국의 경기 침체와 날로 심해지는 통상압력으로 수출환경이 불투명하다.

최근처럼 원화 환율이 오르고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도 적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책 당국의 본때론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국에서의 성공사례도 없고 본때론이 처음 나왔던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실패했다.

아쉬운 것은 외환보유고 사용 여부와 같은 중요한 경제정책 결정 문제를 놓고 현재 외환당국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외환정책 결정의 최종 책임 소재는 재경부 장관에게 있는 데도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은행이 독자 행동에 나선다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더욱이 환율이 불안할 때마다 본때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시장원리 중시 원칙에도 위배된다.

여전히 당국만이 경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관치경제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