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5백억원을 넘는 2백1개 상장 및 코스닥 등록기업은 올 1.4분기에 99조2천2백54억원의 매출액과 3조9천6백3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1천원어치를 팔아 39.9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세계 경기 침체와 엔화 약세로 환율 상승에 따른 혜택을 못 본데다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악화됐다.

금리 하향 안정세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에도 불구하고 수출 기업들의 외화 관련 이익보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외화 관련 손실이 더 커 실적호전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기업이고 관리종목 등 ''문제기업''을 뺐다는 점에서 전체 12월 결산법인들의 실적은 이보다 훨씬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 환율 상승 덕 못봤다 =환율이 크게 올랐는데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 증가율이 1.5%에 그쳐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실감케 했다.

올 1.4분기 평균 환율(1천2백72.15원)이 전년 동기(1천1백24.82원)에 비해 13.1% 올랐고, 국내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매출액 증가율은 사실상 감소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인 2000년 4.4분기에 비해 13.1%나 줄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경상이익도 5조3천6백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5%나 감소해 외화 관련 손실 확대를 반영했다.

수출 기업들의 환차익보다 외화부채 규모가 큰 기업들의 환차손이 더 컸다는 계산이다.

전우종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할 때 주요 기업들의 1.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0% 가량, 직전 분기보다는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수출 주력품 가격 하락으로 이익 줄었다 =세계 경제 침체로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백1개 조사대상 기업의 영업이익(매출에서 원가와 판매·관리비 제외)은 7조8천8백9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6%나 줄었다.

매출액 대비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보다 1.1%포인트 하락한 8.0%를 기록했다.

순이익(3조9천6백3억원)은 40.8%나 떨어졌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D램 TFT-LCD 철강 등 수출 주력상품의 국제가격 하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64메가D램의 경우 전년 1.4분기 평균 계약가격에 비해 58% 하락(7.5달러→3.1달러)했다.

핫코일 국제가격도 전년 동기에 비해 38% 하락(t당 3백15달러→2백28달러)했다.

한편 코스닥 등록법인의 매출액 증가율(20.4%)과 영업이익 증가율(2백56.1%)이 좋게 나온 것은 영업을 잘했다기보다 대형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수익성이 호전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단말기 보조금 폐지 등으로 한통프리텔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백93.6%와 1천1백58.3%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LG텔레콤도 매출액이 50.4%나 늘어나면서 흑자전환됐다.

이들 두 기업의 1.4분기 매출액(1조2천5백억원)은 조사 대상 55개 코스닥 기업 전체 매출액의 33.8%를 차지한다.

◇ 6월이 바닥이다 =기업들의 매출 정체 및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2.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SK증권은 내다봤다.

2.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4% 증가하는데 그치고 영업이익은 5.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하 효과가 가시화되고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부터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SK증권 관계자는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겠지만 3.4분기부터는 증가세로 전환돼 2001년 연간으로는 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환율 안정에 따른 외화 관련 손실 축소로 경상이익도 36.5%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하 효과가 생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