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를 알면 증시가 보인다''

최근 증권주가 급락하자 향후 증시가 불길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주의 주가 움직임은 전체 증시에 한발 앞서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증권주 추이로 보자면 전체 시장이 활력을 찾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최근 증권주 움직임=지난 4일 증권거래소에서 증권업종지수는 999.21로 마감,7일 연속 곤두박질치며 연초(1월3일) 이후 처음으로 1,000 밑으로 추락했다.

특히 이날은 오전 한때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연기금 투입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단골'' 주가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권업종지수가 50포인트 이상 오르는 상승 탄력을 받다가 내림세로 꺾여 실망감을 더욱 키웠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500대에 턱걸이했던 작년 말 수준인 900대로 증권업종지수가 떨어진 것은 향후 장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과거 움직임=과거 종합주가지수와 증권업종지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대체로 종합주가지수가 최고점을 찍기 전 증권업종지수가 먼저 시들었고,거꾸로 증권업종지수가 바닥을 찍고 난 몇 개월 뒤 종합주가지수가 바닥을 확인한 사실이 발견된다.

지난 99∼2000년 활황장세에서 종합주가지수는 2000년 1월 초 한때 1,066.18까지 치솟았지만 증권업종지수는 그보다 앞서 99년 4월에 3,686.00의 최고점을 확인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이철호 연구원은 "96년 이후 증권주가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짧게는 1개월 이상 선행해서 움직인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윤현중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수준과 증권사들의 연간 실적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증권주 하락은 연간 장세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증권주의 선행성=국내 증권사의 영업수익에서 매매중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나든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 증권사의 수익이 좋아지지만 증시가 죽을 쑤면 증권사도 적자를 내는 천수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증권사의 업황을 예의 주시하는 증권주는 자연스레 증시의 호·불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것이 증권주가 전체 증시에 비해 한 발 앞서 움직이는 선행성을 갖게 한다.

3월 결산이 끝난 이후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계약직들과 재계약을 맺지 않고 인원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장세에 대한 증권사들의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주 회복될까=이 연구원은 "최근의 증권주 하락은 연초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고평가됐던 증권주들이 제자리로 회귀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하반기 증시가 회복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지만 경기 반등 시기가 기대만큼 빨리 오지 않고 있고 증권주 역시 오르더라도 상승폭과 상승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게 현재의 시장 인식"이라며 "당분간 증권주의 주가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