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 금리 주가의 ''트리플 약세''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엔화약세 등 대외변수에서 촉발된 금융상황 악화에 대해 "나라 안"에서 해법을 찾기도 어렵고 효과도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졌다.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당국이 극약처방이라도 내려야 할 때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일 열린 금융정책협의회는 환율 금리 오름세를 잠시 늦춘 것외엔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실망감만 키웠다.

회의결과가 알려지자 환율 금리는 다시 뛰고 주가는 빠졌다.

시장에 정부가 정책수단이 없다는 불안심리만 확인시켜준 꼴이 됐다.

<>최악의 기록경신=이날 종합주가지수는 500선이 무너져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환율은 1천3백60원을 넘어서 30개월만에 최고치(원화가치는 최저)였다.

장 끝무렵엔 거의 수직 상승세였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도 다시 뛰어 연중최고(채권가격으론 연중최저) 기록을 세웠다.

3일 환율과 금리가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반짝 반락세를 보였지만 시장은 기본적으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최근 시장위기의 원인인 엔화환율 오름세가 멈추지 않는 한 당분간 연일 기록경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1달러=1백30엔=1천4백원=국고채 수익률 7%=종합주가지수 480"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감이 높다.

"엔화환율 상승<>원화환율 상승<>금리 상승<>주가 약세"의 도미노현상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대책이 없다=정부와 한국은행은 현재의 환율 금리 주가 수준이 비정상적이라고 보고있다.

미.일 경기침체라는 외생변수에 비해 과도한 불안심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과 금리는 오버슈팅(과도한 상승),주가는 과(과)매도 상태로 보고있다.

외환보유고가 9백44억달러에 이르고 매월 10억달러 안팎의 경상흑자를 내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이렇게 나빠질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이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의 수급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의 구두개입은 이제 더이상 시장에 약발이 안먹힌다.

실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선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공기업 국책은행의 보유달러를 과감히 풀지 않고선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 외환보유고라도 동원해 환율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고로 환율방어에 나섰다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효율적인 외환관리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환보유고만 소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정책도 딜레마=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차이가 1.7% 포인트 가량 벌어지고 있다.

콜금리를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한은은 오는 6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목표치(현재 5.0%)를 동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의 인하압력이 거세지만 현재 상황으론 금리인하가 자금흐름 개선보다는 인플레,신용경색 속에 자금흐름 왜곡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금리를 올려 환율을 잡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역시 경기부진 속에서 채택하기 어려운 수단이다.

시장에선 금리가 한없이 오르진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가 재연될 소지가 있다는 점.채권시가평가제로 인해 연초에 설정된 투신사 채권형펀드들이 속속 원금을 까먹고 있다.

은행 신탁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연초 금융권에 대거 유입된 시중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금융대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