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였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식,통화,채권 시세가 모두 급락하는 트리플 폭락 현상이 재연됐다.

외환시장은 사실상 공황상태였다.

미국 일본 유럽등 세계 증시 역시 도미노 폭락 사태를 빗었다.

4일 서울 주식시장은 9.57포인트(1.9%) 급락한 493.68을 기록,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5백선을 가볍게 무너뜨렸다.

종합주가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5백선을 밑돌기는 지난 99년 2월25일 이후 2년2개월만의 일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1.9포인트(2.87%)나 급락해 64.34를 기록했다.

전일 미국 나스닥 지수가 6% 이상 급락하는등 세계 증시가 연쇄 폭락사태를 빗은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주된 요인이었다.

이날은 특히 외국인이 많이 팔았다.

순매도 규모는 1천7백74억원에 달해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았다.

원화환율은 폭등세(원화 가치 폭락)였다.

딜러들은 공황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일 미세한 조정양상을 보였던 환율은 이날 11시를 전후해 오름세로 돌아섰고 후장들어서는 상승탁력을 더해갔다.

오전 한때 1천3백44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투기세력들이 사재기에 다시 나서면서 장막판에는 1천3백60원마저 뚫어 버렸다.

결국 달러당 20원 이상 원화값이 떨어졌다.

종가는 전날보다 21원50전 오른 1천3백65원20전 이었다.

외환 딜러들은 당국의 금융시장 대책이 오히려 실망 매물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도 환율 급등을 부채질했다.

채권시세 역시 약세였다.

전일 강세기조를 유지했던 국고채 시세는 이날 외환시장 움직임에 연동되면서 역시 약세로 돌았다.

시세와 반대로 표시되는 국고 채권수익률은 이날 6.29%를 기록,전일 보다 0.23%포인트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오는 6일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시장의 약세심리를 부추겼다.

채권 주식 통화가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였고 각 시장의 시세하락이 서로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전형적인 악순환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 증권시장 역시 일제히 약세였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치명타였다.

뉴욕증시는 3일 나스닥 지수가 6.2% 폭락했고 다우존스 지수 역시 2.99% 하락했다.

파리와 프랑크 푸르트 증시 역시 4% 떨어졌고 런던증시는 2.8% 급락했다.

4일 홍콩 증시는 4%,대만과 싱가포르 필리핀 증시 또한 1-3% 하락했다.

도쿄 증시는 정부의 증시부양책이 장막판에 발표되면서 2% 하락에서 급반전하는데 성공,0.9% 올랐다.

이날 한국 정부는 연기금 6조원 투입 분기배당제 도입,장기보유자 세제혜택을 골자로한 증시부양책을 발표했다.

또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고채 발행을 줄이고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내용의 안정대책을 발표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정훈 국제전문.오형규.남궁덕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