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미국 반도체 주가 하락에다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요 지지선인 520선이 붕괴됐다. 닷새째 하락하며 종가기준으로 지난 1월 2일의 520.95를 깨며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은 달러/엔 환율이 일본의 기업경기 악화 전망을 담은 단칸보고서가 발표되면서 126.60까지 급등하면서 2년반 최고치를 기록한 데 연동돼 1,350원에 육박했다. 하루동안 19.5원이나 올랐다.

환율 속등에 따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주가는 515대로 급락했고 금리(국고채 3년물)는 6.6%대로 크게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온통 환율변수에 노출되며 요동쳤다.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변수인 주가, 원화가치, 채권값이 모두 약세를 보이며 이른바 ''트리플 약세''를 보인 것.

3월 무역수지가 두자리수(13.8억달러)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율이 23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내수위축 상황에서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 상승이 예상되자 물가상승 우려를 부추겨 금리도 급등했다.

특히 주가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혜가 달러/엔과 동조화되고 동남아 주요국 통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경쟁력 개선 효과가 줄고, 외국인 투자 위축 가능성이 거론되자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고, 매도여건이 안되자 거래량이 2억주를 겨우 넘는 등 시장에너지가 약화됐다.

더욱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 주말 급락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최근 반등 이후 하락세로 다시 빠져들자 삼성전자에 기댔던 반등기대감이 여지없이 깨지면서 지수의 하락압력이 커졌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경기 여건의 악화에다 국내 경기여건까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환율속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위축, 고객예탁금 유입 정체, 삼성전자 등 주도주 부재 등으로 비관론이 증시를 지배했다.

여기에 국내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대건설 현대전자 처리 문제,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 난항, 현대투신의 AIG 외자유치 지연, 대우차 매각 등 산적한 현안이 제대로 된 것이 없지 않느냐는 논란이 비관론에 편승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국 일본 등 해외경기든, 금융시장 상황이든, 국내 경기와 구조조정 문제든지 모두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면서 금융시장 변수들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1,350원대로 오르고, 금리는 7%대로 오르고, 주가는 500선 지지를 전망하면서도 470∼48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전망치를 낮추는 모습이 목격된다. ''잔인한 4월''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환율 급등으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현재 모습을 좀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들도 있다. 극단적인 비관과 낙관에 기대지 말고 현재의 여건을 점검한 뒤 분석을 통해 패닉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예측성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시장관계자들이 말하는 현재의 시장 변동 요인은 달러/엔 상승에 따른 달러/원의 연동 현상과 그에 따른 금융시장의 영향 또는 효과논쟁으로 집약된다. 미국 경기와 기업실적 둔화, 특히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들에 미치는 영향도 환율상승과 관련돼 있다.


◆ 달러/엔, 달러/원 상승 전망 우세 = 시장관계자들은 대부분 달러/엔 상승을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여건이 취약하고 특히 이날 발표된 단기기업경제관측조사(단칸)도 달러/엔 상승에 무게를 둔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달하고 금리도 제로금리를 선언한 상태에서 경기침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달러/엔 상승을 용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3월 미일간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문제를 논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엔이 현재의 경기여건과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맞물려 130엔대로 접근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3월중 달러/엔과 달러/원과 상관관계가 0.9를 넘는 등 철저하게 달러/원이 달러/엔과 동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원이 1,350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는 딜러들과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달러/엔은 2년반만 최고치인 126엔대로 올라섰고, 달러/원도 이에 연동하면서 1,350원에 거의 육박했다.

일본의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미와자와 대장상이 구두개입을 하고, 국내에서도 외환총괄 경제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이를 집행하는 한국은행에서 구두개입이 나왔지만 매수세를 억제하지는 못했다. 시장의 달러수요력이 그만큼 큰 상황이다.

외국계 은행의 딜러는 "달러/엔이 130엔대로 상향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구두개입이 일시 나오면서 주춤할 수 있지만 달러/원 역시 상승 방향에 있다"고 말했다.


◆ 달러/엔 상승의 한계는 = 그렇다면 달러/엔 상승이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를 일단 가늠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엔은 최저 80엔에서 최고 140엔대에서 움직인 바 있다. 특히 달러/엔은 거의 2년여의 주기를 가지고 강세와 약세를 순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래 달러/엔은 대략 100에서 140엔대에서 움직이는 양상이었다.

달러/엔이 100엔 이하로 갈 때는 일본 수출업체들이, 140엔대로 가려 할 때는 미국에서 통상압력이 불거져 대체로 110에서 130선에서 움직였다고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말한다.

특히 미국이 부시행정부가 친기업 성향이고 일본의 경제상황을 감안해 달러/엔 상승을 일부 용인했다고 하더라도 130엔 이상까지 용인할 것이냐에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물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일 경우 통상압력과 함께 미일간 정책공조의 필요성이 언급될 것이라는 예측도 그래서 나온다.


◆ 달러/원 상승 속도 논란 = 그렇다면 달러/엔 상승에 따른 달러/원 상승의 효과는 어떤가? 대체적으로는 개선효과보다는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 엔화 및 동남아 환율과 같이 동조화되기 때문에 수출가격경쟁력 개선효과는 크지 않고 △ 수입물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안정을 저해하고 금리인하라는 정책수단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증시에는 외국인에게 환차손을 입혀 신규투자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의 매물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것이라는 우려감까지 팽배해 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섞인 시선이 많다.

그러나 일단 달러/엔 환율 상승폭 만큼 달러/원이 상승하지 않을 경우 수출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더욱 크다. 실제로 정부와 외환당국에서 달러/엔과 달러/원 환율 연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개입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여건과 금융시장의 환경을 잘 아는 거래자들은 이를 당국의 내심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일본이 수출을 통해 경기회복을 해야 한다면 한국의 경우 더욱 그렇다는 것이며, 이는 과거 달러/엔이 하락할 경우에는 엔/원 환율이 11대 1은 못돼도 최소한 10 대 1은 되야한다고 강조했던 당국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외환전문가들이 여전히 시장에 주포로 포진돼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엔화 절하 폭만큼 원화가 절하되지 못했다는 발언도 나온다.

실제로 3월중 엔화는 7.0% 절하된 반면 원화는 5.8% 절하됐고, 올들어 3월까지 엔화는 지난해말대비 9.33%, 원화는 4.75% 절하된 데 그치고 있다. 엔화절하율은 지난해 수준(10.6%)에 근접하는 반면 우너화는 지난해(10.0%)의 절반수준에 그쳐 있다.

따라서 시장의 우려는 ''달러/엔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미와자와 대장상의 말처럼 달러/원이 상승이 안정성을 잃을 만큼 너무 빠르다는 데 있으며, 더 크게는 달러/엔에 동조되는 것은 좋으나 달러/엔 만큼 달러/원이 상승폭이 못미친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달러/엔에 따라 달러/원이 상승하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며, 외환정책이 갈 방향"이라면서 "달러/원 속등으로 심리적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달러/엔 속도에 못미칠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엔/원이 960에서 970일 경우가 한계점"이라면서 "현재 1,060∼1,070원대인 엔/원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달러/원 상승효과 점검 = 이날 달러/엔이 오르자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니산, 스즈끼 등 자동차 관련주식이 5% 이상 급등하면서 기술주 하락에 따른 지수낙폭을 약보합수준으로 저지했다.

달러/엔 상승에 따라 자동차 업종의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반도체 관련주는 급락하고 통신주도 하락했지만 현대차, 기아차 등자동차 관련주는 상승했다. 외국인도 이들 주식을 사들였다.

3월중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됐다. 물론 외화자산이 많은 업체들에게는 환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수출업체들에게는 환율상승의 이점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급락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크게 하락했지만 환율상승은 원화기준으로 반도체 수출단가를 10% 이상 높여, 삼성전자 등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128메가 D램이 4∼5달러, 64메가 D램가격이 2∼3달러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경기 바닥진입 또는 회복 기대감을 주고 있다.


◆ 외국인 이탈논란 = 달러/원이 속등하면서 환차손 우려감이 제기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순매도는 39억원에 그쳤고 최근들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순매도하더라도 일방적인 매도가 아니라 매수를 병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펀드의 경우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안아서 10%의 환차손을 입을 우려가 있어 환율 상승이 국내 주식투자에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달러/엔과 동조화될 것이라는 점이 예상됐고, 엔화 절하 속도가 원화보다 빠른 상황에서 일본의 제로금리에 기대 국내에 투자하는 ''엔캐리 투자''도 매도를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 국내 주가 하락에 따라 다른 여타 나라에서 투자자금을 이동시킬 수 없는 상황이고 국내 주가도 떨어져 손실을 구지 실현하는 것보다 포트폴리오 전환이 우선 고려될 전략이라는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주가의 하락 압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 정부의 경제정책기조 가다듬어야 = 그러나 단지 환율 상승이 빚어졌다고 팔 것이냐에 대해서는 일단 국내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장관계자들은 말한다,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지녀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달러/원 환율 속등을 막기 위해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제반 거시가격변수를 재조정하고 정책기조를 가다금어 시장의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시황 분석가는 "환율 상승이 곧바로 물가에 전가되지는 않는다"면서 "보통 1/4분기에 연간 물가의 50% 이상이 오르는 점이 있어 과도하게 평가된 부분이 있다"면서 정부의 물가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재 연기금 투자 등 증시 부양 관련을 극도로 자세하고 있는 점이 투자가에 불안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4/4분기 중 그렇게 어려웠을 때 증시부양의지를 나타내면서 500선을 지지한 바 있고 500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정부의 경제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다시 증시에 개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의견도 제기되기도 한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