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루변동폭이 무려 20원에 가까운 심리적 공황상태를 연출하며 30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마감됐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합세,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폭등장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업체들의 달러보유심리는 극에 달해 달러팔자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역외에서도 강한 매수세를 보여 환율상승을 부추겼다.

시장거래자들은 "외환당국의 대응이 구두개입에 그쳐 미지근했다"며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상승이란 대세를 꺾는 수단은 물량개입 밖에는 없다"며 "달러/엔이 뉴욕장에서도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1,380원까지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30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 =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 마감가 1,327.50원보다 무려 21.30원 뛰어오른 1,348.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98년 10월 14일 1,350.00원 마감 이후 30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

고점은 1,349.50원으로 연중 신고점으로 등록된 것은 물론 98년 10월 14일 장중 1,358원을 기록한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저점은 개장가인 1,330.00원이 유지돼 변동폭은 19.50원이었다.

장 후반에도 당국은 개입발언을 통해 시장의 공황심리를 잠재우고 국책은행을 통해 아래쪽으로 밀고자했지만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을 안은 채 소규모의 차익실현매물이 나오면서 1,348원대 수준에서 선회했다.

◆달러/엔 환율의 재상승과 소방수역할 ''미미'' = 달러/엔 환율은 도쿄외환시장에서 단칸지수가 악화된 것으로 나오자 지난주말 126.20엔에서 126.50엔으로 뛰어올랐다. 이후 차익실현매물과 미야자와 재무상이 "최근 환율 움직임은 너무 급작스럽고 비정상적이며 환율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한때 125.65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오후장에서 유로매수세로 인한 유로/엔 상승을 업고 다시 126.40엔대로 올라섰다. 유로/엔 환율은 110.93엔까지 올라섰다.

일본 증시는 이날 단칸지수 악화발표로 하락하며 출발했으나 은행주가 강세를 띠며 반등했으나 상승여력이 따라주지 않아 지난주 말보다 0.48% 하락한 1만2,937.86로 장을 마감했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잠잠하다가 달러/엔 상승을 따라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 환율급등을 부추켰다.

업체도 환율움직임에 지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오전장에서 1,338∼1,340원대에서 네고물량을 내놓았으나 급등추세가 굳어지자 물량출회를 멈췄다. 결제수요 역시 ''필요한 건 이상으로 무조건 사야한다''는 심리가 팽배, 가수요를 적극적으로 촉발했다. 3월 수출이 13억8,000만달러 흑자였지만 수출이 23개월만에 감소세로 반전, 달러공급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이날 오후 재경부와 한국은행은 각각 한차례씩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평채 가산금리, 은행 단기차입금리 하락 등 외국 금융기관및 투자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시각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며 "최근 엔화 움직임에 비해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않다"고 재경부는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행도 "외환당국은 시장상황 예의 주시하고 있고 필요시 적절한 조치 취할 것"이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환율의 끓어오르는 듯한 급등세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급등만 막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있을 뿐 달러/엔 환율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 같다"며 "달러/엔이 아래쪽으로 방향을 꺾지 않고 섣불리 외환보유고를 쓰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시장거래자들은 시장에 충분히 달러만 공급되면 달러팔자(숏)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있으나 당국의 개입물량이 없다보니 자연히 힘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하루만에 20원을 넘는 환율변동을 보니 환율예측이 거의 어렵다"고 덧붙였다.

◆환율 움직임 = 이날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보다 2.50원 높은 1,330원에 거래를 시작, 거래직후부터 폭등세를 탔다. 1,340원선을 손쉽게 돌파한 환율은 달러/엔 환율이 125.70엔대로 밀리자 소폭 반락하면서 오전장은 주로 1,338원대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1,340.10원에 오후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폭등세가 재연되면서 1,349.50원까지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며 40억원을 매도우위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6억원의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주가는 종가기준으로 연중최저치를 기록하며 5일 연속(거래일 기준)하락, 지난 주말보다 8.02포인트 떨어진 515.20에 마감됐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8억4,9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3,35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4억7,000만달러, 9억1,50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342.30원으로 결정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