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가 지난해 발행한 5천만달러 규모의 해외전환사채(CB)에 대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증시침체로 한컴의 주가가 해외전환사채 전환가격을 크게 밑돌면서 채권자들이 조기상환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컴의 29일 종가는 4천5백40원으로 지난해 발행한 해외전환사채 주식전환가격 1만6천8백3원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한컴은 최근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풋옵션 행사기간을 1년 연장하기 위한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또 풋옵션 행사일인 30일에는 홍콩에서 ''채권자 집회''를 갖는다.

만약 채권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한컴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현재 유동자금이 4백억원인 한컴으로선 한꺼번에 5천만달러(6백50억원)를 상환한다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한컴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당시 환율이 1천1백원대였기 때문에 환차손까지 입는다.

한컴측은 그러나 풋옵션 행사기간 연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한컴은 채권자들과 잠정적으로 합의가 됐으며 채권자 집회에서는 기간연장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채권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컴은 전환가격을 다시 한번 낮추는 조건을 제시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채권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반적으로 한국 증시 전체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주가가 전환가격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전환사채 만기일에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