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하나 넘으니 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증시를 괴롭히던 미국주가및 일본경기 등 외풍이 잠잠해지는듯 싶자 이번엔 내풍이 증시를 덮치고 있다.

현대건설 유동성문제와 한국기술투자의 자금횡령사건 등 국내 변수가 잇따르면서 증시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악재가 잠잠해지자 그동안 해외악재에 가려있던 국내악재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를 반전시킬만한 뚜렷한 계기가 없어 보이는데다 유일한 매수주체인 외국인마저 방향성을 잃은채 삼성전자만을 편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이 뚜렷한 방향을 잡을 때까지 종합주가지수는 520~550선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변수가 커진다=지난주만해도 시장의 관심은 온통 미국주가및 일본엔화 움직임에 쏠렸다.

그러나 이번엔 국내변수가 증시의 발목을 잡고 나섰다.

당장 현대건설 문제가 그렇다.

현대건설이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건설주와 금융주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특히 금융주가 심하다.

금융업종지수는 이날 179.05를 기록,지난 1월2일(178.75)이후 3개월여만에 180선이 붕괴됐다.

은행주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이날 은행업종지수는 99.48에 마감됐다.

작년 5월26일(91.67)이후 10개월만에 100이 무너졌다.

여기에 한국기술투자 횡령사건,삼성그룹 계열사의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 e삼성지분 인수까지 겹쳐 증시는 또다시 국내악재에 발목잡히고 말았다.

장인환 KTB자산운용사장은 "유일한 매수주체인 외국인마저 국내악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큰 폭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이 변수=전문가들은 현재의 박스권 장세는 현대건설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는 시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론 현대건설의 소액주주에 대한 감자(자본금 감축)비율이 결정될 때까지는 국내악재에 휘둘릴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건설 처리가 길어지게 되면 현대전자등 다른 기업의 유동성 문제도 부각되고 이에 따라 금융주에 대한 매도공세는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구경회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주의 경우 본질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감이 있으나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지속되고 있어 쉽게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따라서 당분간 보수적 매매태도를 취하되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만큼 우량주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