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의 모든 임원이 일괄해서 사표를 냈다.

현대증권 노치용 상무는 22일 "전날 (21일) 오후 6시에 열린 임원회의에서 일괄사표를 제출했다"며 "임원회의에서 이번 회계연도에 적자가 불기피한 것으로 판단돼 경영쇄신차원에서 전원 사표를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임원은 등기이사인 홍완순 사장과 최경식.김기현 부사장,이상규 전무,강대화감사등 5명과 이사대우 이상 집행임원등 모두 42명이다.

5명의 사외이사들은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현대증권의 임원 일괄사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증권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 금융계열그룹의 운명을 결정지을 AIG측의 지분출자를 앞두고 사전정지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왜 전원 사표를 냈나=이번 회계연도 "적자"가 임원진 총사표제출의 직접적인 배경이라는게 현대증권측의 공식 설명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채 관련 잔여손실 9백억원과 현대생명 출자손실 3백10억원을 털어내고도 2월말 현재 2백87억원정도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3월 결산일까지 적자가 불가피해 이에 대한 경영책임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AIG측이 현대증권에 대한 실사를 마친 뒤 벌일 본격적인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현대그룹차원에서 구조조정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적자를 줄일수는 없지만 현대증권 임원들이 일괄사표를 냄으로써 AIG측에 자구노력의 의지를 과시해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AIG의 정지작업인가=금감원 진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22일 "어제 현대증권 임원들이 모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면서 "이는 그룹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에 동참하는 차원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AIG와의 협상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AIG측이 지분출자를 위해 현대투신과 현대증권에 대한 공동실사를 남겨둔 상황에서 서둘러 현대증권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설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AIG측은 현재 현대투신과 현대증권에 대한 출자지분비율을 놓고 정부와 협상을 절이고 있다.

<>주가움직임=전 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으로 현대증권은 급등세를 탔다.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임원사표 제출이 AIG측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소문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이날 하룻동안 13%나 달음질을 쳤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