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천3백원을 넘어선 21일. 외환은행 본점의 이민전담센터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고객들이 잇따라 방문했다.

오는 6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날 예정이라는 P씨는 상담직원을 붙잡고 한참동안 질문을 했다.

지금 달러를 사둬야하는지를 물었던 그는 환전하려고 가져왔던 돈중 1억원을 원화예금에 맡기고 돌아섰다.

그는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돈을 들고 찾아왔다"며 "미리 달러를 사뒀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했다.

미국에 자녀 2명을 유학보내고 있는 K씨는 집세와 학비로 이날 1만달러를 송금했다.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해 우리 돈으로 1천3백13만원을 썼다.

그는 "지난해 12월초에는 환율이 1천2백원이었다"며 "1만달러를 보내는데 그때보다 1백10만원가량 부담이 늘었다"고 푸념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처럼 이민을 준비하거나 유학생을 둔 고객들이 고민에 빠졌다.

외환 관계자들은 당분간 환율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엔화가치 하락을 바라만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5월부터는 원화환율도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때까지는 시급한 외화송금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처럼 환율이 급등할 때에 대비해 몇가지 대책을 미리부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선 외화예금에 미리미리 가입해 달러를 일정 정도 보유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해외경제동향이나 외국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환율의 급등락이 자주 일어나는 만큼 환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외화예금통장을 만들어 놓고 환율이 낮을때마다 조금씩 사두면 향후 환율이 오를 때에 그만큼 이익이 된다.

외화예금은 보통예금과 정기예금이 있는데 금리는 보통예금이 연 1%대,정기예금 6개월짜리는 4%대이다.

금리에 따른 이익보다는 환리스크를 피하는 목적에서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달러를 살때보다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므로 환전시점을 전문가와 상담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을 할 경우에는 신용카드보다는 현금,현금보다는 여행자수표를 이용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이익을 볼수 있다.

신용카드는 해외에서 결제할 경우 보통 3일이후 환율로 결제되기 때문에 환율급등기에는 특히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매매계약을 앞두고 있는 수입업체라면 선물환을 매입하는 것이 환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돈을 지급해야 할 시점이 3개월 후라면 3개월짜리 선물환을 미리 사두는 것이다.

추후에 환율이 더욱 올라가 더라도 미리 계약된 가격으로 달러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이주전담센터 한현우 상담역은 "당장 환전을 하지 말고 일단 단기성 원화예금에 가입한 뒤 외화예금통장을 개설하고 환율 하락시점에 조금씩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급한 해외송금이 아니라면 가급적 환전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