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 움직임만을 추종하고 있는 환율이 1,300원대를 굳혔다. 서울 외환시장은 여전히 어찌할 수 없는 대외요인에 휘둘렸다.

원화는 ''엔화약세''라는 자극을 더욱 크게 반영했다. 엔화약세에 비해 원화약세가 더 두드러진 것.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도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당분간 ''달러/엔 따라잡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엔/원 환율이 1,060원을 지지선으로 하고 있어 달러/엔 환율상승폭에 따라 1,310원 위로도 바라보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9.40원 오른 1,30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98년 11월 17일 1,304.50원을 마감가로 기록한 이래 28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에도 전고점인 1,300.50원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98년 11월 18일 기록한 장중 고점인 1,306원과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장중 고점은 1,306원, 저점은 개장가인 1,293원이 유지됐다. 하루변동폭은 무려 13원에 달했다.

달러/엔 환율만 철저히 따르는 형태는 이날도 여전했다. 미국의 50베이시스 포인트(bp) 금리인하에 따라 달러/엔 환율방향이 상승쪽으로 기울자 1,300원에 대한 부담감도 쉽게 누그러졌다. 특히 달러/엔 환율이 122엔으로 내려섰을 때도 1,300원 환율을 유지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지나친 환율급등에 대한 거부감 표명과 물가상승 우려에 따른 추가 환율상승이 곤란하다는 점에 주의를 환기했지만 시장은 잠시 흔들렸을 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은행권은 전날 NDF시장에서 달러매도초과(숏) 상태로 넘어와 이날 달러되사기로 장중 환율을 끌어올렸으며 역외세력도 강력한 매수세를 바탕으로 환율상승을 부추켰다. 업체들은 장중 움직임에 따라 ''사자''와 ''팔자''를 번갈아했다.

실수요와 역외에서의 적극적인 거래에 힘입어 거래가 상당히 활발했다.

다음날도 달러/엔 환율에 그림자처럼 들러붙는 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밤새 달러/엔이123.50엔을 넘어서면 1,310원 위도 충분히 바라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환율바라보기는 계속 될 것"이라면서 "달러/엔 환율방향을 예측하기가 아직 어렵지만 내일은 1,303∼1,310원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엔/원 환율의 지지선인 1,060원을 놓고 본다면 달러/엔 환율이 123.50엔 이상으로 갈 경우 1,312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번주 환율움직임의 방향타였던 일본 제로금리 복귀, 미-일 정상회담, 미국 금리발표 등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전날 뉴욕장 122엔 초반대의 약세를 딛고 123엔대로 올라섰다.

일본 재무성의 2월 교역량 발표와 일본정부가 엔화약세를 용인할 것이란 소문이 시장에 널리 뿌려지면서 급등했다. 그러나 이날 일본은행의 통화완화정책과 해외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유지전망이 일본 증시에 호재로 작용, 닛케이지수는 19일보다 7.49% 오른 1만3,103.94로 마감돼 달러/엔 환율을 122엔대로 다시 끌어내렸다.

이에 앞서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2.90원 낮은 1,293원에 거래를 시작, 달러매수우위를 바탕으로 강력하게 1,300원을 위협했다. 강력한 역외매수세와 달러/엔 환율 급등을 반영하면서 손쉽게 1,300원을 뚫고 올라선 환율은 당국개입에 주춤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서도 상승기조를 이어갔다. 국책은행의 달러공급이 간헐적으로 나왔지만 달러/엔이라는 ''골리앗성 재료'' 앞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때 달러/엔 환율 상승을 타고 1,306원까지 올라섰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닷새 내리 순매도를 보이며 405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고 코스닥에서는 하루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며 102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는 미 금리인하폭을 둘러싼 미 증시 한파에 대한 강한 맷집으로 버티며 닷새만에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환율은 국내 주가 움직임이나 외국인의 주식매매동향에 신경쓰지 않고 철저히 달러/엔 환율만 좇았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 5,3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 7,57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0억 1,500만달러, 6억 8,66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302.90원으로 결정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