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폭은 예상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 그러자 전날 금리인하를 기대하며 쌓였던 반도체, 네트워크 등 업종 매수물량이 터져 나오며 주가가 내리닫기 시작했다.

20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강세 쪽으로 기운 가운데 등락하다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오후 2시 15분 경 통화정책을 발표한 이후 급하게 떨어졌다.

뉴욕증시가 금리인하, 그것도 깜짝 놀랄 만큼 큰 폭의 금리인하 외에는 호재가 말라붙었음을 여실히 드러내보인 하루였다. 주요 지수는 FRB 발표 이후 반짝 급등하는 이상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아래로 패여들어갔다.

더욱 과감한 금리인하를 주장해온 월가의 일부 관계자들은 FRB가 경제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금리를 50베이시스 포인트(bp) 밖에 낮추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9,720.76으로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238.35포인트, 2.39% 떨어졌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142.62로 28.19포인트, 2.41% 내렸다.

나스닥지수는 다시 1,900을 무너뜨리며 1,857.44를 기록, 93.74포인트, 4.80% 하락했다.

FRB는 은행간 오버나이트 대출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5.00%로 0.50%포인트, 재할인금리도 4.50%로 0.50%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금리인하 배경과 관련, 수익감소 압력이 투자지출을 제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負)의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도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FRB는 이어 "생산능력 과잉이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취약한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수요와 생산이 저조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FRB는 "이러한 상황에서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오는 5월 15일 FOMC 회의 이전에 추가로 금리를 낮출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상승세를 주도한 반도체와 네트워크주가 급락하면서 주요 지수를 아래로 떨궜다. 인텔이 9% 가까이 떨어지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5.7% 내리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18% 빠졌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8.4%, 노텔 네트웍스는 6.6%, 코닝은 4.9% 하락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통신, 통신서비스 업종도 하락했다.

금융주는 골드만 삭스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도 4% 넘게 하락하는 등 약세를 나타냈고 제약은 혼조세, 에너지는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지수 편입 주요 종목 가운데는 월마트, 킴벌리 클락, 질레트 등만 올랐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