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셋톱박스(디지털방송 수신기)업체의 시장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업계의 선두주자인 휴맥스의 경우 유럽 셋톱박스 유통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확보,노키아 필립스 등 세계적인 기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셋톱박스 한 품목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런 만큼 국내 셋톱박스 업계에서 휴맥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휴맥스 외에는 딱히 ''대표주자''로 내세울 만한 업체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백''은 셋톱박스 업계의 생성과정에 그 원인이 있다.

셋톱박스 분야는 시작단계에서 정부의 지원사격 없이 엔지니어들이 ''벤처정신''으로 스스로 개척해낸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그러다보니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 차이가 극명하게 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셋톱박스 업체들의 주가는 실적장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업종의 특성상 성장성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휴맥스 주가를 70% 가까이 밀어올린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업체 현황=셋톱박스란 디지털방송을 일반 가정에서 TV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비다.

압축된 디지털신호를 TV로 볼 수 있도록 풀어서 시청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방송용 모뎀이다.

셋톱박스는 세가지 형태가 있다.

디지털지상파방송 단말기(수신기),디지털위성방송 단말기,디지털케이블(CA)TV방송용 단말기 등이다.

국내업체들은 주로 디지털위성방송 수신기를 생산한다.

위성방송수신기 시장은 다시 방송사업자용 시장과 일반인이 수신기를 구매하는 일반 유통시장으로 구분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방송사업자용 시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디지털위성방송 수신기는 세 가지 제품이 있다.

특정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유료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수신을 제한하는 장비인 CAS(Conditional Access System),무료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FTA(Free-To-Air),CAS카드를 장착해 특정유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인 CI(Common Interface) 등이다.

가격은 CAS제품이 가장 높고 CI,FTA 순이다.

휴맥스와 거래소종목인 삼성전기 등은 CAS와 CI 비중이 높지만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기술력이 낮은 FTA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실적 및 주가전망=국내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 실적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휴맥스의 경우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백40% 증가한 3백46억원,영업이익은 4백23% 늘어난 1백16억원에 달했다.

순이익도 1백70% 늘어난 1백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세다.

최근 스위스 위성방송사인 밸레스콤사와 2백만달러 규모의 지상파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현대디지탈테크 택산아이엔씨 청람디지탈 등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보다 나아졌지만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기륭전자와 대륭정밀(거래소)의 경우 작년에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애널리스트들은 전세계 셋톱박스 시장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시장진입 문턱이 낮아 국내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셋톱박스 업체의 주가 향방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도움말 주신분=대우증권 허성일 연구위원,굿모닝증권 전상용 연구원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