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로 8% 이상 경제성장(실질 GDP 기준)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감소가 줄면서 4/4분기에는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원유가 상승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실질소득 증가율은 2%에 그쳐 성장과실이 국민들에 돌아가기보다 해외로 대폭 유출됐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0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경제는 전년대비 8.8% 성장세를 기록했다.

분기별로는 1/4∼3/4분기에는 설비투자 등 내수와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전년동기비 10.5%의 고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4/4분기에는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 소비와 설비투자가 급격히 줄면서 전년동기비 4.6% 성장에 그쳤고, 전분기 대비로는 마이너스 성장률(-0.4%)을 기록했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이 전년대비 15.4%, 서비스업이 9.0%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주도한 반면 농림어업(0.1%)과 건설업(-3.7%)은 성장세가 떨어졌다.

지출항목별로는 수출이 24.2% 증가한 가운데 건설투자 부진 속에서도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 고정투자가 11.0% 증가했고, 민간소비는 7.1% 증가에 그쳤다.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63.4%로 1999년(36.5%)에 비해 급증했다.

특히 국제원유가 등 수입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의 수출단가 급락에 따라 교역조건이 악화, 실질국민총소득(GNI)이 2.3% 증가에 그쳤다. 실질 GDP와 격차가 6.5%포인트로 지난 1999년(1.5%포인트)보다 확대, 성장과실의 해외유출이 커졌다.

한편 국내총생산(명목 GDP)는 51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1% 증가했고, 달러기준으로는 4,574억달러로 12.7% 성장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9,628달러로 전년(8,551달러)보다 늘었으나 1만달러를 넘지 못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