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29일 주총을 앞두고 이번 결산에 "해외공사 미수채권을 얼마나 손실로 반영하느냐"를 놓고 고심중이다.

3월 현재 현대건설의 해외공사 미수채권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브루나이 등을 포함, 10억달러 선이다.

이중 이라크 미수채권이 8억4천9백64만달러로 가장 많다.

이 채권은 83년 이라크내에서 공사가 중단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미국의 대(對) 이라크 제재가 풀려야 회수가 가능하다.

18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결산때 이라크 미수채권 8억4천9백64만달러의 20%인 1천9백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따라서 이번 결산에 얼마를 손실로 처리하느냐가 관건. 현대건설의 이번 결산회계를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은 이라크 미수채권은 물론기타 국가의 공사 미수채권중에서도 회수가능성이 높지 않은 채권은 가능하면 ''한몫''에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해외공사 미수채권으로 인한 손실액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하게 되며 작년에 유가증권과 자산 매각과정에서 입은 손실(장부가) 등을 감안하면 손실액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우,동아건설 사태로 인해 분식회계가 사회문제화 하면서 예전과는 달리 회계법인들이 미수채권을 `한몫''에 손실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해외공사 미수채권을 `한몫''에 손실로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공사 미수채권은 언제라고 못박을 수는 없지만 회수될수 있는 돈임에는 틀림없다"면서 "따라서 부득이 이를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면 수년에 걸쳐 나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작년에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5천만달러의 공사 미수금을 회수한 데 이어 올 상반기중에도 4천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며 브루나이 해외개발공사 미수금 3천8백만달러에 대한 회수작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현대건설 일각에서는 해외공사 미수채권을 이번 결산에 한꺼번에 반영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의 다른 관계자는 "회사채 1조9천5백억원중 80%는 산업은행이 회사채신속인수제로 소화해주기로 했고 1.2금융권 차입금 1조1천억원은 금년 6월까지 만기연장돼 있는 만큼 아예 이번 결산에 해외미수금을 전액 손실로 반영, 적자결산을 하는 게 향후 유동성 위기를 피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99년 결산결과 5조7천3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대손 충당금 증가, 연천댐 철거에 따른 특별손실 발생, 고금리 사채의 조기 상환 등으로 1천2백8억원의 적자를 내 주주에 대한 배당을 하지 못했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