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나스닥시장에서 비롯된 주가하락은 이제 뉴욕증권거래소까지 번져, 주식가치 저하와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더욱 재촉될 전망이다.

16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9,900을 깨며 207.87포인트, 2.07% 떨어진 끝에 9,823.41로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150.53으로 23.03포인트, 1.96%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도 1,900대를 지키지 못하고 49.80포인트, 2.57% 내려 1,890.91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월요일 급락하며 출발, 이번주 7.9% 폭락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오전에 잇달아 발표된 경제지표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등락했다. ''나쁜 뉴스''가 전해지면 오는 20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과감하게 낮추도록 할 것이라며 반등했다. 그러나 반등세가 수면 위로 올라서기도 전에 ''좋은 소식''이 나왔다.

생산자물가는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2월중 생산자물가가 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1.1% 오른데 비해 안정세를 보인 것. 물가를 걱정하지 않고 금리를 큰 폭 떨어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생산은 5개월째 내리닫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FRB는 2월중 산업생산이 0.6% 감소하고 가동률은 79.4%로 지난 9년중 최저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개장전 발표된 이들 통계가 불어넣은 반등세를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가 끌어내렸다.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는 3월 초 91.8로, 2월의 90.6에 비해 다소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오전 10시 이 지표가 발표되면서 뉴욕증시는 다시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엇갈린 지표는 주로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풀이됐으며 FRB의 금리인하는 그저 ''재료''로 다뤄졌다. 정작 금리인하가 침체국면에 접어든 미국 경제 및 증시를 예컨대 6개월 이내의 단기에 되살릴 수 있느냐는 문제는 뒷전으로 제쳐졌다.

금리인하는 그러나 뉴욕증시의 하락추세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예일 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의 표현을 빌면, "FRB는 나스닥을 다시 인플레이션시킬 수 없다".

미국 경제는 그동안 정보통신 및 인터넷 분야를 중심으로 쌓아온 과잉투자를 뒷감당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금리가 큰 폭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들 부문의 수익저하를 저지하기 어렵고, 수익에 비해 부풀려진 주가를 유지하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침체는 이들 부문에 머물러 있는 대신 미국 경제 전체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 FRB의 금리인하는 더이상 ''선제적''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28% 떨어지는 등 컴퓨터,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기술주가 모든 업종에 걸쳐 하락했다. 유통, 소비재, 제약, 통신 등도 하락세에 휘말렸고 금융, 에너지, 유틸리티 등 업종은 약세를 소폭으로 막으며 선방했다.

주요 종목 가운데는 마이크로소프트, 노텔 네트웍스, 필립모리스, 코카콜라만 올랐다. 오라클은 전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5월 마감하는 회계년도 4/4분기 실적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 영향으로 4.3% 하락했다. 컴팩은 이번 분기 순이익이 애널리스트 예상보다 28% 적을 것이라고 전날 발표하고 2.7% 떨어졌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