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 내리 오르면서 1,290원을 뚫고 올라섰다. 달러/엔 환율급등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초반의 가파른 기울기는 오후 들어 다소 완만한지는 추세였다. 초반 급등 출발-장중 보합권의 패턴은 되풀이됐다.

다음주 미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미-일 정상회담 등의 굵직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환율은 다시 ''외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변하지 않는 ''상승기조''를 따라 1,300원 시도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높은 1,292.30원에 한주를 마쳤다. 마감가 기준, 지난 98년 11월18일 1,294.50원 이후 28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 후반에 주말을 앞두고 은행권이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 정리에 나선 것이 1,289.50원까지 되밀리게도 했으나 막판 달러/엔 환율이 오르면서 함께 동행하며 마감됐다.

관심이 쏠렸던 장중 전 고점 1,293원 돌파가 오전장 중 이뤄지면서 1,300원 고지도 바라보는 시각들이 있었으나 달러/엔 환율이 조정에 들어가고 외환당국도 불편한 감을 보이자 추가상승엔 부담이 있었다. 은행권은 주말을 맞아 부족한 포지션을 메우기 위한 달러되사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외환시장도 무엇보다 달러/엔 환율 움직임에 크게 좌우됐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서 122엔대로 올라선 데 이어 이날 도쿄장에서 20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인 122.73엔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 출회 등으로 122.30∼122.40엔대로 조정을 받았다. 닛케이지수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과 금융주의 큰 폭 반등에 힘입어 이틀 내리 강세를 보였다. 전날보다 0.66%오른 12,232.98을 기록했다.

당국은 이날 가파른 환율급등세를 우려, "엔화약세에 따른 원화의 동반절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다. ''물가''에 대한 고려나 일본경제와 우리경제의 차별성을 들어 환율급등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양상이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말뿐인 개입"이라며 "엔화약세를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데다 현재의 원화약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주에도 패턴이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20일 미국 금리인하 ''폭''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은 급락가능성을 지닌 상승장이기 때문이다. 다음주 환율범위는 넓게 잡아 1,285∼1,310으로 전망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환율 상승세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 "금리인하 폭이 클수록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와 엔화의 탄력성이 위쪽으로는 크지 않은데 비해 아래쪽으론 크다"면서 "1,300원대 안착에는 다소 부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기본적으로 달러/엔 환율이 어느 선까지 다다르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하면서 "125엔까지 가게되면 중국 위안화절하 가능성까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환율은 달러/엔 환율의 122엔대 진입과 나스닥 하락, 1,293원에 이른 NDF환율 등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2.70원 높은 128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1,290원에 대한 경계감이 자리잡고 있는 듯 했으나 122엔 초반대의 달러/엔이 다시 122엔 중반대로 뛰어오르고 은행권의 달러되사기가 가세하면서 1,290원은 손쉽게 뚫고 올라섰다.

이날 장중 고점은 전 고점 1,293원을 넘어선 1,294.50원, 저점은 개장가 1,285원이 유지됐다. 하루변동폭은 9.50원이었다.

국내증시는 종일 해외시장 눈치만 보다가 보합권에서 횡보했으며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이틀 내리 순매도를 이어가며 6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고 코스닥에서 하루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38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환율시장과는 전혀 별개였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 6,2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 5,66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6억 5,660만달러, 5억 6,130만달러가 거래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