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종금''이라는 뜻밖의 복병출현에 14일 서울 외환시장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하락 쪽에 무게를 싣던 환율이 상승반전했다. 달러엔 상승도 거들었다.

이에 따라 환율은 당분간 수급에 의해 장이 움직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1,280원 시도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50원 높은 1,27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달러/엔 환율과 나스닥 등 외풍에 몸을 맡겼던 달러/원 환율은 새로운 임팩트에 튀어올랐다. 달러선물 매도포지션을 환매수한 하나로종금이 주인공이었다. 하나로종금의 환매수는 그동안 시장을 무겁게 만들었던 달러매수초과(롱)상태를 흡수하며 달러 수급 균형을 맞췄다. 하나로종금은 이날 2억달러 환매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초반 하락세를 반전시킨 하나로종금의 달러매수는 영향력이 지속되며 오후들어 1,278.80원까지 환율을 끌어올렸으나 국책은행 매도가 환율상승을 막아 1,276∼1,278원대에서 주로 움직이다 마감됐다.

외환당국은 ''하나로종금''에 대해 물량조절을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쪽으로 기울기엔 주변여건이 만만치 않아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하나로종금 측의 ''수용''이 문제"라며 "환율상승기조가 여전한데 하나로종금이 리스크를 안고 기다릴 수 있겠느냐"며 어떤 식으로든 매수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엔 환율 상승도 가세했다. 전날 뉴욕장 마감가인 119.75엔에서 일본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의 확대로 인해 120엔 초반대로 다시 뛰었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락기미를 보였으나 무디스의 일본 은행 신용등급 하향조정설이 유포되면서 가볍게 120엔선을 넘었다.

정유사를 중심으로 한 저가매수세와 역외세력도 매수우위를 보였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주변여건이 좋지 않음을 감안한 매수세력이 힘을 발휘해 환율을 끌어올렸다"면서 "국책은행에서 매도를 통해 환율상승속도를 조절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당분간 하나로종금 부담을 안고 갈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하나로종금이 반 정도만 사고 나머지 물량도 어떤 식으로 사야할 것"이라며 "1,280원을 넘어서는 시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딜러도 "하나로종금의 추가 환매수 물량외에 13일 외국인주식매도자금 역송금을 위한 수요가 1억달러를 넘어서면 4억달러 이상이 예상된다"면서 "넓게 봐서 1,273∼1,285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환율은 나스닥 2,000선회복, NDF환율 소폭 하락 등을 안고 전날보다 5.30원 낮은 1270원에 거래를 시작, 직후에 1269.30원까지 떨어져 달러매도가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매도대금이 역송금을 위한 달러수요로 나오고 기준율보다 낮게 환율이 움직이자 업체들의 저가매수에 나서 조금씩 이를 끌어올렸다. 오전장 후반에 하나로종금의 달러선물 환매수가 본격화되면서 환율은 본격적인 상승세를 등에 업었다.

이날 장중 고점은 1,278.80원이었으며 저점은 1,269.30원으로 하루변동폭은 9.5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에서 닷새만에 순매수로 전환, 471억원을 기록했으며 코스닥에서도 1억원을 순매수했다. 환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 5,3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 8,32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8억 9,000만달러, 6억 440만달러가 거래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