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핵''을 벗어났다. ''뉴욕발 토네이도''가 휘몰아친 13일, 서울 외환시장도 개장 초 영향권에 빨려들어갔다. 그러나 환율은 결국 내림세로 마무리하며 ''의외의 장''을 연출했다.

개장하자마자 크게 올라 장중 박스권 거래가 이어지는 양상은 이날도 이어진 가운데 1,280원대 안착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여전히 달러/엔 환율의 영향권내 편입된 채 움직일 것으로 보이나 시장 물량부담은 환율상승기조에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10원 내린 1,27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개장초 상승기운을 유지하지 못한채 미끄러지면서 1,280원대 안착에 실패, 이 선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적된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이 상승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달러/원 환율의 지표가 되버린 달러/엔 환율은 나스닥과 니케이지수 폭락에도 불구, 120엔 초반대에서 조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환율의 추가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한 가장 큰 요인.

그동안 매수를 보여왔던 역외세력도 관망하면서 ''입질''하는 수준에 그쳤다. 전자업체를 중심으로 1,280원을 넘어서는 네고물량이 나왔으며 업체 결제수요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후장은 전반적으로 오전의 하락분위기를 이어갔다. 달러화는 오전 마감보다 0.40원 낮은 1278.10원에 거래를 재개, 한때 1,280원에 올라서는 듯 했으나 달러공급이 많아지면서 1,275∼1,277원 범위의 박스권에서 소폭 등락만 보였다. 매수호가 공백상황도 벌어졌다.

한 딜러는 "개장시의 ''반짝상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계속 밀렸다"이라며 "시장에 물량이 많고 달러보유심리가 다소 약해졌다는 것을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거래범위 수준이 다소 낮아지면서 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달러/엔 환율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면서도 밤배 달러/엔 환율방향과 나스닥 지수가 ''쌍끌이''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동향에 따라 현 수준유지냐 재상승하느냐가 결정날 것"이라며 "120엔대 아래로 가게된다면 1,270원을 깨는 시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67∼1,278원 사이 거래가 예상된다"며 "달러/엔이 재상승해야 1,280원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 환율의 120엔대 아래 추락과 달러/엔 환율상승-나스닥 지수 하락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며 "거래범위를 넓게 보되 1,280원 시도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은 나스닥 2,000붕괴, 니케이지수 폭락, 동남아 통화불안 등 해외악재를 안고 전날 마감가보다 5.60원이나 폭등한 1,284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NDF환율은 1,283원까지 올라 이날 환율이 큰 폭으로 올라 개장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개장직후 달러/엔 환율하락과 큰 폭으로 떨어졌던 국내 주가가 낙폭을 다소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꾸준히 미끄러졌다. 달러매수초과(롱)상태인 은행권은 지속적으로 되팔기에 나섰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84원이 그대로 유지됐으며 저점은 1,275.2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8.8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에서 1,51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나흘 내리 순매도에 나섰으며 코스닥에서도 83억원을 순매도했으나 환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8억 9,1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 7,45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8억 2,000만달러, 2억달러가 거래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