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발 쇼크가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한 13일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은 서서히 ''심리적 공황''에 빠져드는 분위기였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고 증권사 직원들은 빗발치는 항의전화로 업무를 볼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현대증권 무교지점 객장에 있던 투자자 김모(63·강남구 압구정동)씨는 "퇴직금으로 증권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는데 너무 많이 물려 팔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한숨만 내쉬었다.

김씨는 "정부가 대우그룹 문제만 제대로 처리했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주식시장이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동양증권 중앙지점 객장에서 연신 단말기를 두드리던 박모(55·여·경기 부천)씨는 "작년부터 4억원 이상을 까먹고 현재 8천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40대 여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하기도 싫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이러다가 IMF위기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침울해했다.

현대증권 무교지점의 이민수 주식영업팀 차장은 "투자 문의나 상담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고객들이 자포자기한 채 나스닥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중앙지점에 근무하는 박용현 주임은 "한마디로 다들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그러나 "저가매수를 노리고 바닥권을 탐색하는 투자자들도 의외로 많은 것 같다"고 물밑 분위기를 전했다.

이건호·김현석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