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달러/엔 환율 급등과 주식시장 폭락세를 안고 뛰어올랐다. 그러나 1,280원선 돌파는 국책은행의 매도개입 등으로 좌절됐다.

하루 환율 변동폭은 4.10원에 불과, 높은 가격으로 개장해 장중 박스권내에서 거래되는 양상은 여전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9일 마감가 1,268.80원보다 9.60원 높은 1,278.40원에 마감했다. 마감가 기준으로 올들어 지난 1월 26일 1,280.3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엔 환율이 지난주말 119엔대 중반에서 120엔 중반까지 급등하고 국내 주가가 550 아래로 하락하는 ''쌍끌이'' 악재가 달러/원 환율의 상승을 적극 유도했다. 일본 경제 위기감에서 비롯된 아시아통화 약세도 가세했다.

달러/엔은 일본의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치 0.6%보다 높은 0.8%를 기록했다는 것보다 개인 소비지출이 0.6% 떨어졌다는 데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달러/엔 환율은 120엔대로 급등, 장중 지난 99년 7월 19일이후 최고치인 120.62엔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또 아소타로 경제재정담당상은 GDP 발표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전망이 낙관적일 수 없다"며 "올해 GDP 성장목표치인 1.7% 달성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해 ''엔화약세''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 주가도 장중 내내 하락세를 유지하며 연초 수준으로 뒷걸음질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280원대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거래에 임했다. 전 고점인 1,279원을 힘겹게 넘어서 1,280.10원까지 올랐으나 추격매수에 가담하지 않아 1,280원대에 안착하지 못했다. 또 전자업체들을 중심으로 네고물량이 상당히 쏟아지면서 환율상승을 억제했다. 당국도 국책은행을 통해 환율상승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결제업체들은 환율이 내일 기준율보다 다소 낮아지려는 양상을 보이자 달러를 사들이면서 다소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려던 환율을 끌어올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은행권에서 롱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상승기대심리에 편승, ''들고 가보자''는 쪽이 많았다"면서 "수급상 공급우위를 유지하고 있어 1,280원대 상승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밤새 달러/엔과 미 증시 움직임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악재가 지속된다면 1,285원까지의 상승도 가능해뵌다"고 덧붙였다.

달러/엔의 121엔대 돌파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나스닥의 2,000대 붕괴가 가시화될 경우 환율의 추가상승은 결정적이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당국이 국책은행을 통한 추가상승 저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보아 상승속도가 다소 빠르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면서 "달러/엔에 여전히 연동되고 있지만 상승부담 때문에 장중에는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은 1,284원이 타겟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날 환율은 지난주말 역외선물환(NDF) 환율이 1275원대까지 올라선데다 미 나스닥지수 급락으로 9일보다 7.20원 높은 1,276원에 한주를 시작했다. 특히 국내 주가마저 급락하자 달러매수심리가 강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이내 달러/엔이 박스권에 묶이고 1,280원 아래서 단기고점 인식 세력과 저가매입 인식세력간 충돌이 일어나며 1,278∼1,279원대에서 주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날 환율은 1,280.10원이 고점이었으며 개장가인 1,276원이 저점으로 지지됐다.

국내 증시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545대로 급락, 연초이래 최저치로 코스닥지수도 5%이상 급락하며 72대로 마쳐 환율 상승 기조에 일조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700억원, 코스닥에서 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