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 침체와 정치권의 불안으로 최소한 올해말까지 엔화 약세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유럽 경제가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일본 경제보다 견실한 기초 여건을 반영해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전망은 12일 세계적인 통신사인 로이터 통신이 전세계 50개 국제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환율예측 서베이 자료에서 밝혀졌다.

◇ 엔.달러화 환율 =3월말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면 엔화 가치는 본격적으로 1백20엔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지난 98년 8월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이후 처음으로 엔화 가치가 1백40엔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금융기관이 나온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재 침체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고 조만간 제로금리 정책으로 회귀할 경우 주요 국가와의 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모리 요시로 총리 사퇴 이후 한동안 공백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엔화 약세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기관에 따라서는 미국 부시 정부의 강한 달러화 정책과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경우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도 있었다.

◇ 달러.유로화 환율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 가치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유럽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3%대의 성장세를 보임으로써 미국 일본경제보다는 상대적으로 견실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독일 프랑스와 같은 유로랜드의 중심국에 인플레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는 점을 감안, 유럽 금리도 당분간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올해초 그리스의 유로랜드 추가 가입을 계기로 조기 가입 논의가 일고 있는 영국 덴마크 스웨덴이 동참할 경우 유로화 사용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유로화 가치가 회복될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감안할 때 올해 안에 ''1유로=1달러''의 등가(等價)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종전 조사와는 다른 점이다.

◇ 원.달러화 환율 =한경포렉스(한국경제신문사가 환율 예측을 위해 구성한 국내 최고의 외환전문가 그룹)는 앞으로의 원화 가치는 엔화 움직임에 연동돼 절하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이나 갈수록 연계 정도는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말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정국이 실질적으로 시작되면 외자 유입이 당초 예상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높아져 일본 상품과 경합관계가 높은 국내 기업일수록 수출채산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외환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반면 구조조정이 안될 경우 올 하반기에는 원화가치가 1천4백원대로 급락할 것으로 보는 외환전문가도 있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