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백20엔대의 본격적인 엔저(低) 시대가 열렸다.

엔저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다.

우선 한국 원화의 약세가 불가피하다.

원화는 엔화를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트 루피아 페소화 등 다른 아시아 통화도 마찬가지다.

모두 엔화 그림자를 밟으며 따라가고 있다.

문제는 중국 위안화다.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중국 정부도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가치하락)시킬 수 있다.

엔화 약세의 기본 요인은 일본 경제불안이다.

특히 ''3월 금융대란설''과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는 엔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다 엔저를 경기 회복의 한 돌파구로 삼으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은 엔화 가치를 20여개월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백20엔선으로 떨어뜨렸다.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는 7일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득이 된다"며 엔화 약세를 방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엔화 값이 좀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8일 발표된 지난 1월 공작기계 주문이 전달에 비해 11.8%나 감소, 예상치(4.7% 감소)를 크게 웃도는 등 경제회생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주쯤에는 엔저 추세에 다소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 정부의 경기 및 증시부양책이 곧 발표되는 데다 오는 12일 나올 작년 4.4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예상되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당분간 1백20엔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