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사외이사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가 논란을 빚고 있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일부 상장사들이 올해도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을 줄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스톡옵션을 받을 경우 경영감시 기능은 약화되는 대신 회사측과 유착관계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체제를 계기로 국내기업의 잘못된 경영구조를 뜯어 고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스톡옵션 얼마나 부여했나 =회사별로 적게는 5백주에서 많게는 1만5천주까지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이희수 송두환 김상경 정문수 차백인)과 현대모비스(김태우 김준영 김연규), 기아자동차(최열 정종암 조동성 김종창)의 사외이사들이 각각 스톡옵션을 1만5천주씩 받았다.

최열 환경운동연합회 사무총장은 삼성SDI로부터 받은 스톡옵션은 반납했으나 기아자동차에서 받은 것은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의 경우 참여연대에서 추천한 사외이사인 남상구 고려대 교수와 신영수씨 등도 5백주씩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SK증권은 지난해 사외이사(조영일 정중기)에게 1만주씩 부여한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이 현재 주가수준과 비슷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오세종 김인기 김지홍 황진호 장형진 김익래 백봉호 사외이사에게 지난해 5천주씩 스톡옵션을 준데 이어 올해도 5천주씩 더 줄 계획이다.

국민은행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사외이사의 경우 지난해 받은 스톡옵션의 행사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더 높아 이들이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이다.

제일은행과 조흥은행도 올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스톡옵션을 줄 예정.

주택은행도 스톡옵션 부여대상에 사외이사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 왜 주나 =상장사들은 사외이사도 등기이사로서 경영에 책임을 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스톡옵션을 부여하더라도 그 수량이 많지 않아 재정적으로 큰 이득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다.

양동신 국민은행 종합기획부장은 "7명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는 물론 운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경영발전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사외이사도 책임경영을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천주씩 스톡옵션을 배정했다"고 말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사외이사의 도입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주주의 독단경영을 막아 지배구조를 개편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스톡옵션으로 인해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경우가 다소 다르지만 지난해 8월 송자 당시 교육부 장관은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삼성전자에서 돈을 빌려 실권주를 인수한 뒤 이를 되팔아 16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 때문에 송 장관은 낙마하고 말았다.

특히 스톡옵션은 실권주보다 특혜성이 더욱 짙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스톡옵션은 부여받은지 3년뒤부터 2∼7년동안 일정가격(행사가격)에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권리를 행사하기 이전에는 어느정도 이익이 날지 불분명하긴 하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매우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때 3년뒤 사외이사들은 스톡옵션을 통해 거액의 차익을 챙길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대주주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이사회를 구성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비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외이사마저 금전적 특혜로 견제나 감시기능이 약화된다면 과연 독립적인 경영감독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 정부당국의 입장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주총회 시즌에 사외이사에 대한 스톡옵션이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합법적인 방법과 절차를 통해 형평성을 잃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독단경영을 견제할 수 있고 감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책임경영차원에서 사외이사가 다른 임원과 함께 스톡옵션을 받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