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업개발이 지난 3일 최종 부도처리됐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부도인데다 회사 규모 및 차입금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위축된 상태인데다 정부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도입하는 등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터져나온 부도여서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건설주는 추가 부도의 우려 속에 약세가 전망된다.

고려산업개발이 청산처리될 경우 소액주주의 피해도 예상된다.

◇계열사 주가 영향=고려산업개발에 대한 현대 계열사 지분은 43.57%다.

이중 현대중공업이 22.88%로 가장 많고 현대상선(5.2%) 현대상사(3.56%) 현대건설(2.82%) 등도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 계열사들은 고려산업개발과 자본금 출자 외에 다른 자금거래가 거의 없어 최악의 경우에도 출자 지분에 대한 손실처리만 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이 2백억원 안팎의 손실을 보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회사의 손실은 미미하다.

하지만 현대 계열사 중 일부 회사는 사실상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로 연명하고 있어 언제든지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게 됐다.

◇금융회사 주가 영향=은행들의 손실도 그다지 많지 않다.

한미은행(4백38억원) 조흥은행(4백17억원) 하나은행(3백96억원) 주택은행(1백63억원) 외환은행(1백49억원) 등 은행별 대출금은 5백억원 미만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려산업개발에 대한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대출금 이상의 담보를 확보하고 있어 손실 우려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의 지급보증이나 대출금도 현대증권 1백20억원,동부화재 98억원 등 미미한 수준이다.

◇소액주주 영향 및 주식거래는=고려산업개발의 상장주식수는 8천3백60만주다.

이중 43.57%인 3천6백42만주는 현대 계열사가 갖고 있다.

기관 보유분까지 제외한 소액주주 지분은 23.84%다.

증권거래소는 고려산업개발을 5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날 하룻동안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또 고려산업개발을 KOSPI200 종목에서 제외하고 두산건설을 추가했다.

매매는 6일부터 재개된다.

고려산업개발이 제출할 법정관리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주식거래가 이어지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져 제3자 매각 등의 절차를 취하게 되면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크다.

◇건설회사 차별화 계기될 듯=고려산업개발의 부도는 단기적으로 건설주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태욱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5월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이후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자금경색을 겪어왔는데 이번 부도로 위험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LG투자증권은 그러나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로 아파트 공사 등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재무구조가 우량한 건설회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건설주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